이제 인공지능이 인간의 교묘한 거짓도 잡아낸다.

이제 인공지능이 인간의 교묘한 거짓도 잡아낸다.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16-04-12 15:10
업데이트 2016-04-1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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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서 도시바 분식회계 적발 위한 IT 감사 첫 도입… 인공지능도 적용

 기업의 분식회계를 찾아내기 위해 IT(정보기술)를 활용하는 새로운 회계 감사기법이 일본에 도입됐다.

 12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대규모 분식회계가 적발된 도시바(東芝)의 회계감사를 맡게 된 PwC아라타 감사법인은 기업의 회계장부 자료 전체를 컴퓨터로 분석해 분식 여부를 찾아내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른 감사법인들도 이런 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억엔(수천억원)이 투입된 새 시스템은 결산처리에 관한 장부상의 1년간의 데이터를 컴퓨터가 모두 읽어들여 단순 수치 뿐 아니라 누가, 언제 정보를 입력했는지까지 자세히 분석한다.

 예를 들어 실제 거래일과 장부에 입력하는 날 사이에 시간 차이가 너무 크면 모종의 회계조작이 있었다는 의심을 할 수 있다. 단위가 ‘1000만 엔’으로 딱 떨어진든지, ‘999만 9999엔’ 등은 가공된 수치도 의심한다. 경리 담당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입력할 경우에도 부자연스러운 점을 곧바로 찾아낸다.

 종전에는 최대 1000만개 정도가 기재된 장부에서 수백개 항목을 골라낸 후 회계사가 수작업으로 조사했지만 새 시스템은 분식 가능성이 높은 부분으로 범위를 좁혀 사람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효율적으로 분식을 찾아낸다. 현재는 회계사가 컴퓨터에 조사할 항목을 지정해 지시하지만 앞으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분식회계의 뿌리를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도시바의 대규모 분식회계 적발을 계기로 재발방지대책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금융청이 지난달 개최한 전문가회의에서도 IT를 회계감사에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회계법인들이 각각 IT를 활용한 감사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공인회계사협회도 연구를 시작했다.

전문가회의에서는 기업과 회계법인의 유착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회계법인을 바꾸도록 하는 로테이션제도 도입을 검토하자는 제안도 나왔으나 게이단렌(經團連)이 ‘비용부담이 크다’며 반대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금융청 간부는 “현시점에서는 IT 감사가 유효한 처방전의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도시바 회계감사를 맡았지만 분식을 적발하지 못했던 신니혼(新日本)감사법인은 올부터 외부 전문가가 부정을 찾아내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공인회계사는 “들키지 않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다른 회계법인을 고용하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핫타 신지(八田進二) 아오야마가쿠인(靑山學院)대 교수(회계학)는 “일본은 전임 경영자가 후임 경영자를 지명하는 만큼 전례를 답습하게 돼 부정을 일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2001년 에너지기업 엔론의 대규모 부정회계가 적발된 이후 대기업의 분식회계가 감소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가네보, 닛코(日興)코디알증권, 올림푸스에 이어 지난해 경영진 줄사퇴와 사상 최대 과징금, 집단소송을 초래한 도시바의 초대형 회계부정까지 분식회계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 회계법인의 한 간부는 “일본의 경우 분식회계가 드러나도 경영자가 받는 처벌이 너무 가벼워 분식회계 유혹에 빠지기 쉽고 적발하려는 의식도 약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엔론사건으로 최고경영자가 금고 24년 4개월과 벌금 4500만 달러를 선고받았으나 일본에서는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 전 라이브도어 사장이 받은 징역 2년 6개월이 가장 무거운 처벌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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