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푸틴, 3조원대 경제협력 합의…영토문제 언급안돼

아베-푸틴, 3조원대 경제협력 합의…영토문제 언급안돼

입력 2016-12-16 17:16
업데이트 2016-12-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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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북방영토 곧바로 해결안돼”…아베 “곤란한 길 이어질 것”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이틀째 정상회담을 갖고 일본이 러시아에 대해 3천억엔(약 3조원)대의 경제협력을 하기로 합의했다.

양 정상은 또 이번 회담의 최대 관심사인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에 관해서는 “공동경제활동에 나서되, 특별한 제도에 근거해 러일간 평화조약문제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해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의 합의 문서를 발표했다.

이는 평화조약문제가 북방영토 영유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4개섬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반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문서는 공동경제활동에 대해 “영토문제를 포함한 (러일간) 평화조약 체결로 이어지는 중요한 한걸음이라는 점을 서로 이해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인 공동경제활동 항목으로는 어업, 양식, 관광, 의료 등의 분야를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문서는 또 양 정상이 회담에서 러일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진지한 결의를 표명했다는 내용도 담았다.

그러나 북방영토의 일본 귀속과 관련한 후속 협상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영토문제 해결을 최대 과제로 내세웠던 아베 총리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방영토에 대해 “해결까지는 곤란한 길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이 지역에서의 공동경제활동으로) 커다란 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일이 서로 각각의 정의(正義)를 여러차례 주장했음에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고 어려움을 내비쳤다.

푸틴 대통령은 북방영토 귀속 문제에 대해 “곧바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해결책 모색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방영토에서의 일본과의 경제협력이 향후 평화조약체결 협상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과거 북방영토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이들 섬 자유 방문은 물론 러시아 사할린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주민의 자유 왕래 제도 도입을 아베 총리에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당초 일본 정부는 공동경제활동에 대해 ‘일본의 법적 입장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을 요구했지만, 러시아측은 ‘기본적으로 러시아의 법률에 기초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러일 정상이 합의문을 통해 발표한 내용은 이런 양측의 입장에서 조금씩 양보한 타협안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에 따라 양국은 외무성 등 관계 부처간 실무협의를 통해 북방영토에서의 공동경제활동에 따른 납세 문제, 일본인이 사건·사고에 휘말렸을 때의 처리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실무 협상 과정에서 논의해야 할 내용이 너무 많아 구체적인 합의를 끌어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공동경제활동에 관한 문서 이외에도 과거 북방영토 거주 주민들이 고향을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별도 문서에도 합의했다.

다만 러시아가 실효지배하는 북방영토의 일본 귀속 문제는 이번 문서에 언급되지 않아 이 문제를 최대 과제로 삼았던 아베 총리로서는 ‘성과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날 양국 정상이 합의한 경제협력 분야는 의료·건강 분야, 도시 정비, 중소기업 교류, 에너지, 러시아 공장의 생산성 향상, 러시아 극동지역 투자·인프라 정비, 원자력·정보기술(IT) 협력, 인적교류 확대 등에 걸쳐 구체적 사업 건수로는 60건을 넘어선다.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이런 합의 내용을 발표한데 이어 경제단체 주최 모임에 참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일본 유도의 본산으로 알려진 고도칸(講道館)을 방문한 뒤 귀국 길에 오른다.

한편 전날 당초 예정보다 두시간 이상 늦게 일본에 도착했던 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숙박지인 야마구치(山口)현 나가토(長門)시의 온천 료칸(旅館·일본식 고급 호텔)을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이틀째 정상회담도 30분 늦게 시작됐다. (취재보조 : 이와이 리나 통신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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