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진주만서 미일 화해·관용 강조는 韓中 겨냥한 것”

“아베, 진주만서 미일 화해·관용 강조는 韓中 겨냥한 것”

입력 2016-12-29 11:10
업데이트 2016-12-2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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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언론 “피해자 ‘관용’ 부각하며 한중 압박 노려”“사죄 없이 ‘미래지향’ 부각…전쟁책임 수정 노린 것”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8일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해 일본의 공습 희생자를 추모하고 화해를 강조한 것은 한국과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고 일본 언론이 분석했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촉발된 태평양전쟁에서 격렬하게 교전했던 양국이 ‘화해’하고 견고한 동맹관계를 맺게 된 데는 ‘피해자’인 미국이 ‘가해자’인 일본에 관용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에 주목한 것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상태에서 진주만을 방문한 것도 ‘포스트 버락 오바마’ 시기에도 미일간 찰떡공조를 구축해 동아시아 안보환경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를 내보였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9일 “현 시점에서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은 중국, 한국 등을 염두에 두고 트럼프 정권에서도 지금처럼 미일주도로 동아시아 안보환경을 구축해 나가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특히 아베 총리가 한국의 국내 상황도 고려했다고 지적했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아베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과 구축했던 양호한 관계가 무너질 수 있는 만큼 차기 정권에 대한 메시지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야권이 지난해말 한일간 위안부 합의 철회를 주장하는 만큼 대통령 선거에서 박 대통령 노선을 부정하는 분위기가 과열되기 전에 미일간 결속을 과시함으로써 다음 한국 정권이 종전 외교전략을 바꾸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과의 굳건한 동맹을 재확인함으로써 동·남중국해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에도 이 신문은 주목했다.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의 진주만 메시지의 키워드는 관용과 화해였다”며 “특히 아베 총리는 관용이라는 표현을 7차례나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차대전 종전 70년이 지나도록 과거에만 눈을 돌려 역사문제를 내세워 우위에 서려는 중국이나 한국에 ‘관용’의 가치를 이해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가해자의 사과와 반성 등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당장 일본 내부에서도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도쿄신문은 “아베 총리는 17분간의 연설에서 ‘미래지향’을 부각했지만 과거에 대한 사죄의 말은 없었다”며 “미래지향은 일본의 전쟁책임을 수정하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진주만 방문에 맞춰 미국과 일본의 역사학자 등은 공개 질문서를 통해 아베 총리에 대해 침략전쟁에 대해 사죄하고 미국에 이어 전쟁 피해국인 중국과 아시아 국가를 위령방문할 용의가 있느냐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 문제가 처음으로 부상한 것은 2015년 4월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아베 총리의 방미 직전 미국측은 “워싱턴에 오는 길에 진주만을 들를 생각은 없느냐”고 타진했다는 것이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전 세계 유일의 피폭지인 일본 히로시마(廣島) 방문을 계획한 만큼, 참전용사 등 국내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거래로 보일 수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재부상한 것은 지난 5월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히로시마를 방문한 데다, 미국의 원폭투하에 대해 그가 사죄하지 않은 만큼 아베 총리도 사죄 없이 진주만을 방문할 길이 열리게 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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