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나사르에게 돌진한 성폭력 피해자 아버지에 판사가 건넨 말

법정 나사르에게 돌진한 성폭력 피해자 아버지에 판사가 건넨 말

임병선 기자
입력 2018-02-03 10:55
업데이트 2018-02-0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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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셋이 그런 추악한 일을 당했다면 세상의 어느 아버지가 분노를 억누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20년 넘게 미국 체조대표팀과 미시간주립대학 체조팀 주치의로 지내며 265명의 여성을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최고 징역 175년형이 선고된 래리 나사르(54)의 추가 기소 사건 재판 도중 큰 소란이 벌어졌다. 2일 오전(현지시간) 미시간주 샬럿의 이튼 카운티 순회법원에서 진행된 공판 도중 매디슨, 로런, 모건 등 세 딸을 둔 아버지 랜덜 마그레이브스는 재니스 커닝엄 판사에게 발언권을 요청했다.

성폭행 피해자 가족으로 법정에 나온 그는 “나사르에게 말해줄 것이 있다. 저 악마와 함께 잠겨진 방에서 5분만 같이 있게 해달라. 아니 내게 딱 1분의 시간만 달라”고 말했다.

커닝엄 판사가 그런 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는 순간, 마그레이브스는 불과 몇 발짝 떨어져 있지 않은 피고인석의 나사르를 향해 돌진했다. 나사르를 공격하려던 마그레이브스는 법정 경위들에게 제지당한 뒤 수갑이 채워진 채 법정 밖으로 끌려나갔다.

잠시 뒤 법정에 돌아온 마그레이브스는 잘못했다고 머리 숙였다. 커닝엄 판사는 “무서웠다”고 돌아보면서도 “마그레이브스 씨가 세 딸이 고통스러워하고 마음에 상처를 받는 과정을 쭉 지켜봤을 것이란 점을 잘 안다”며 “부모로서 어떤 마음일지 난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그레이브스는 “딸들보다 앞선 행동을 하려고 여기 나온 게 아니라 그들의 치유를 돕기 위해 왔는데 딸들의 증언을 들으며 나사르가 자꾸 머리를 저으며 ‘아니’라고,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소란을 피운 이유를 설명했다.

커닝엄 판사는 사과를 받아들이며 그가 법정 소란죄로 기소하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의 제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어떤 처벌로 다른 이슈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내 마음도 당신이 당한 일 때문에 상처 받은 당신이나 당신 가족과 함께 한다”고 위무했다.

나사르는 미시간주 잉햄 카운티 법원에서 최소 징역 40년에서 최장 175년형이 선고됐다. 다음주에는 이튼 카운티 순회법원에서 징역 25∼40년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동 포르노 관련 혐의로 연방법원에서도 징역 60년형을 받아 복역 중이다. 따라서 모든 형량을 더하면 최고 징역 27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내다봤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성폭력 피해자의 아버지 랜덜 마그레이브스(왼쪽)가 2일 미국 미시간주 이튼 순회법원에서 진행된 전 체조 주치의 래리 나사르에 대한 재판 도중 오렌지색 죄수복 차림의 나사르를 향해 돌진하자 변호인 및 법정 경위 등이 막아서고 있고 나사르가 몸을 움츠려 피하려 하고 있다. 오른쪽 상단 법정 중계 화면 속에서 입을 가리며 놀라는 여성이 그의 딸 매디슨이다. 샬럿 AP 연합뉴스
성폭력 피해자의 아버지 랜덜 마그레이브스(왼쪽)가 2일 미국 미시간주 이튼 순회법원에서 진행된 전 체조 주치의 래리 나사르에 대한 재판 도중 오렌지색 죄수복 차림의 나사르를 향해 돌진하자 변호인 및 법정 경위 등이 막아서고 있고 나사르가 몸을 움츠려 피하려 하고 있다. 오른쪽 상단 법정 중계 화면 속에서 입을 가리며 놀라는 여성이 그의 딸 매디슨이다.
샬럿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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