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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에 운명 못 맡겨” EU·우크라 4자 회담 카드 꺼냈다

“미·러에 운명 못 맡겨” EU·우크라 4자 회담 카드 꺼냈다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22-01-12 22:34
업데이트 2022-01-1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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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이어 나토 협상도 빈손 될 듯
獨佛 중재 속 러·우크라 회담 추진
유럽 안보 주도권 찾기 나섰지만
가스관·난민 등 회원국 분열 난관
러 “기존 합의 우선” 대화 미지수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벌인 미국과 러시아 간 대화가 빈손으로 끝나자 유럽이 이른바 ‘노르망디 형식’ 대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유럽연합(EU)의 주축인 독일과 프랑스가 중재하고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에 앉는 4자 회담을 통해 ‘유럽 없는 유럽 안보 협상’이었던 교착 상황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셈법이다.

‘우크라이나 패싱’으로 난처한 상황에 놓였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노르망디 형식 대화를 재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갈등 종식에 합의해야 할 때”라면서 “4개국 정상들의 회담에서 필요한 결정을 내릴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측 고위 관계자는 “4개국의 수석 보좌관들이 이달 중 회의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4자 회담은 2014년 6월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서 4개국이 회동하며 시작됐다는 뜻에서 노르망디 형식 회담으로 불린다. 러시아가 같은 해 크림반도를 합병한 뒤 처음으로 마주 앉은 4개국 정상들은 이듬해 2월 돈바스 지역(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 간 휴전한다는 내용의 ‘민스크 협정’을 타결했다. 그럼에도 민스크 지역에서의 교전이 끊이지 않자 4개국은 2019년 12월까지 수차례 만나 협정 이행 방안을 모색했다.

12일 러시아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간 고위급 협상도 ‘빈손’으로 끝날 공산이 커지면서 4자 회담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날 협상을 앞두고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의사 철회 등에 대한 구속력 있는 보장을 강조하고 나토는 ‘확장 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밝혀 평행선을 예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지금까지 낙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서 EU 스스로가 보여 온 수동적 태도를 지적한다. 이탈리아의 국제관계 싱크탱크 ‘이스티투토 아파리 인테르나지오날리’의 나탈리 토치 이사는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 기고를 통해 “유럽은 러시아와 미국의 날개에 몸을 맡기고 있다”면서 “난민 문제와 브렉시트(Brexit) 등으로 분열했던 시기보다도 더 우크라이나 안보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회원국 간 입장 차를 좁히기도 쉽지 않다. 프랑스는 ‘EU의 독자적 국방’을 외치며 나토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어 러시아의 위협을 받는 동유럽 국가들과 입장을 달리한다. 독일은 외교적으로는 러시아에 ‘강경’ 노선을 취하면서도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에 의존해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있다.

러시아가 대화에 적극 나설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4자 회담에 대해 “새로운 합의에 앞서 (돈바스 지역에) 이미 있는 합의 사항들을 먼저 이행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은 전했다.
김소라 기자
2022-01-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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