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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정자’ 선물후 떠났다…“아빠가 피흘려 지킨 나라”

남편, ‘정자’ 선물후 떠났다…“아빠가 피흘려 지킨 나라”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3-01-11 23:25
업데이트 2023-01-1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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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도 아이를 빼앗을 수는 없어”
‘정자 냉동’ 후 전장 나가는 우크라 기혼↑

지난해 11월 남편을 전장에서 잃은 우크라이나 여성 나탈리아 안토넨코(왼쪽)는 최근 남편의 냉동 정자를 이용해 자녀를 가질 결심을 했다. 남편이 살아 있을 때 함께 찍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지난해 11월 남편을 전장에서 잃은 우크라이나 여성 나탈리아 안토넨코(왼쪽)는 최근 남편의 냉동 정자를 이용해 자녀를 가질 결심을 했다. 남편이 살아 있을 때 함께 찍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전쟁 속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포기할 수 없어 정자를 얼리는 우크라이나 젊은 부부가 늘고 있다.

10일(한국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 난임 클리닉에 우크라니아인들로 병원이 꽉 찼다. 그중 40%는 군인 가족이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기혼 남성들이 자신의 정자를 냉동 보관한 뒤 전쟁터로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남편을 전장에서 잃은 우크라이나 여성 나탈리아 안토넨코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편의 냉동 정자를 이용해 자녀를 가질 결심을 했다”고 적었다.

나탈리아는 “아빠가 피 흘려 지킨 나라에서 살 기회를 아이들에게 주자”면서 “다른 부부들도 이 같은 결정을 나중으로 미루지 말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후 잠시 멈췄던 우크라이나 난임 클리닉이 다시 문을 열었다.

난임 클리닉을 찾은 에두아르 코노프카의 남편도 해군으로 복무 중이다. 부부는 “러시아와의 전쟁도 우리의 꿈인 아이를 빼앗아 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결의를 보였다.
2022년 10월 22일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신혼부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2022년 10월 22일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신혼부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정자 무료 냉동…40% 군인 가족”
우크라이나는 인공수정 기술이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대리모 산업이 활성화된 국가다. 대리모 산업이 합법이며 서구보다 비용이 저렴해 전 세계 난임 부부들이 우크라이나를 찾았다.

전쟁 전에는 우크라이나 난임 클리닉을 찾는 환자 50%가 외국인 부부였다. 그러나 이제는 우크라이나인만 이용하고 있으며 이 중 40%는 군인 가족이다.

우크라이나 최대 난임 클리닉은 전선에서 싸우는 이들의 정자·난자를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냉동해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다만 정자나 난자를 동결시킨 사람이 사망한 뒤 배우자가 이를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이에 남편이나 아내의 사후에도 냉동 정자나 난자를 배우자가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언급한 위임장을 받아둬야 한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돈네츠크에서 결혼한 우크라이나 군인 부부. AP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돈네츠크에서 결혼한 우크라이나 군인 부부. AP
우크라 전쟁의 또 피해…데이트 능력 상실
우크라이나는 현재 10만명 이상의 군인이 전사하고, 500만명 이상이 난민이 됐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성문제 치료사로 일하는 알렉산데르 콜로미축은 전쟁이 길어지면서 엄청난 트라우마가 심리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콜로미축은 “트라우마와 로맨스는 공존할 수 없다”며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은 애정과 성관계를 생각하지 못한다. 그건 즐거움과 오락이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그럴 시간 여유는 없다”고 했다.

제대 군인과 배우자 문제를 치료하는 보스턴 의대 케이지 태프트 교수는 군인들의 경우 특히 전쟁터에서 억지로 감정을 억눌러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감정을 드러내선 안 되는 군인들이 전쟁터에서 돌아오면 부인이나 애인에게도 감정 표현을 잘 못한다고 덧붙였다.
김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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