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확보 무리하지 않겠다”…여론 고려한 ‘속도조절’ 분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정보 당국의 기밀 감시프로그램을 폭로한 뒤 망명을 시도 중인 에드워드 스노든을 “29살짜리 해커”라고 표현했다.AP, AFP 통신에 따르면 아프리카 순방길에 세네갈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스노든 때문에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는 않다며 “29살짜리 해커를 잡으려고 전투기(jets)를 이륙시키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스노든의 신병확보를 원하기는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까지”(wheeling and dealing) 송환을 요구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일은 여러 나라의 사법 당국자 사이에 일상적으로 처리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이런 언급은 모든 외교·안보 라인의 고위 당국자들이 스노든 미국송환을 위해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관련 국가를 압박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로 비쳐 주목된다.
백악관 측은 지난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스노든의 러시아행을 두고 홍콩과 중국의 ‘의도적인 선택’이라고 비난했고, 인도를 방문 중이던 존 케리 국무장관은 중국과 러시아에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AP 통신은 관련 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미국 내 여론 등을 고려한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지지세력을 포함해 미국시민 중에는 정부를 더욱 투명하게 만들려고 기밀을 폭로했다는 스노든에 동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미 국가안보국(NSA)의 계약직 직원이었던 스노든을 ‘29살짜리 해커’라고 표현하며 평가절하한 대목과 관련해서는 스노든의 ‘몸값’이 올라가는 것을 경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과거 미국의 베트남 전쟁 개입에 관한 비밀문서를 폭로해 반전 여론에 불을 질렀던 대니얼 엘스버그는 최근 스노든의 폭로행위에 대해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폭로’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를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시리아 사태 등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는 여러 국제문제가 미국의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스노든 때문에 중국, 러시아와 얼굴을 붉히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오히려 손실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