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개입 논란에… FBI, 선거 이틀 전 이메일 재수사 ‘무혐의’

대선 개입 논란에… FBI, 선거 이틀 전 이메일 재수사 ‘무혐의’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16-11-07 22:38
업데이트 2016-11-07 23:3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FBI, 돌연 수사 마무리 왜?

코미 국장, 혐의 없이 논란만 자초… 민주·공화도 정치적 성향 맹비난
클린턴, 문건 공개에도 지지율 회복… 당선 가능성 커지자 ‘화해’ 의미도

미국 대선을 11일 앞두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결정을 내려 선거 개입 논란을 일으킨 미 연방수사국(FBI)이 6일(현지시간) 갑자기 수사를 종결했다. FBI의 정치 개입이라는 정치권과 언론의 대대적 공세에 서둘러 수사를 마무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지 확대
6일(현지시간)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에 보낸 서한. AP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에 보낸 서한.
AP 연합뉴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이날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클린턴 이메일 사건을 둘러싼 재수사 결과 이메일 서버에 관한 지난 7월 불기소 권고 결론을 바꾸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클린턴의 새로운 사설 이메일이 발견돼 재수사 방침을 밝힌 지 9일 만으로 당시 결정을 뒤집을 만한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코미 국장이 서둘러 재수사를 종결한 배경은 분명하지 않다. 다만 FBI가 ‘대선 개입’ 논란에 휘말리면서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FBI가 이메일 재수사로 얻은 것은 별로 없이 비난만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코미 국장이 사건을 대선을 이틀 앞두고 마무리한 것은 여야 구분 없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물고 늘어지는 데 따른 부담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에선 코미 국장의 정치적 동기를 의심하며 즉각 사퇴 주장을 폈다.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특히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그는 재수사 결정을 통해 평판을 회복했다”고 치켜세우면서 오히려 ‘공화당 출신’이라는 점이 재부각돼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뉴욕타임스는 “코미 국장은 과거 정치사찰로 악명 높았던 존 에드거 후버 전 FBI 국장을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시사주간지 타임도 코미 국장을 “올해 대선의 패자”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공직자 비리를 전담하는 미 연방 특별조사국(OSC)이 선거 개입을 금지한 해치법 위반 혐의로 코미 국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또 그가 휴면 상태이던 FBI의 트위터 계정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면 스캔들’ 수사 기록과 트럼프의 선친을 칭찬하는 내용의 문서를 올린 것도 진정성을 의심받는 계기가 됐다.

일부에서는 FBI가 클린턴에게 불리한 내용의 문건까지 공개했음에도 클린턴의 지지율이 회복돼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서둘러 수사를 종결하며 화해의 제스처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이메일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난 클린턴은 홀가분하게 선거를 맞이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역시 지지층 결집 효과를 본 만큼 FBI의 결론을 불리하게만 판단하고 있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민주당의 압박으로 FBI가 또다시 수사를 포기했다고 믿는 트럼프 지지자의 표 결집을 가속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6-11-08 8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