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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폭도 수천명 “룰라 퇴진”… 의회·대법·대통령궁 ‘5시간 점령’

브라질 폭도 수천명 “룰라 퇴진”… 의회·대법·대통령궁 ‘5시간 점령’

이경주 기자
이경주, 김현이 기자
입력 2023-01-09 22:06
업데이트 2023-01-1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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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폭동’ 닮은 ‘일요일 습격’

前대통령 상징 노란옷 입은 채
내부 부수며 무법지대 아수라장
‘출범 1주일’ 룰라, 군 투입 진압
보우소나루 “증거 없는 혐의”

바이든 “민주주의 공격 규탄”
이념보다 경제… 혼란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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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의 연방의회 건물 옥상을 점거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지지 시위대 수천명이 국기를 흔들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브라질리아 AP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의 연방의회 건물 옥상을 점거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지지 시위대 수천명이 국기를 흔들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브라질리아 AP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극우 지지자 수천명이 일요일인 8일(현지시간) 입법·사법·행정 3부 기관 건물에 난입하는 초유의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2021년 1월 6일 미국 의회 난입 사태의 판박이로 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보우소나루 지지자 수천명이 브라질리아 연방관구의 의회, 대법원, 대통령궁 등에 난입했다. 관구 주지사는 400여명을 체포했고 엄정한 사법 처리를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오후엔 브라질 민주주의의 상징인 3권 광장 인근에 시위대를 실은 버스 100여대가 정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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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상징인 노란색 옷을 입은 시위대는 바리케이드와 경찰 저지를 뚫고 난입해 의회와 대통령궁, 대법원 내부 시설을 부수고 ‘무법 지대’의 아수라판으로 만들었다. 또 의회 건물 지붕에 올라가 ‘룰라 퇴진, 군부 쿠데타, 대선 불복’ 등을 외치기도 했다.

폭동 사태에서 브라질의 모더니즘 거장인 에밀리아노 디 카발칸티의 작품 등 예술품도 큰 피해를 입었다. 3기 정부 출범 일주일 만에 민주주의 위기 상황을 맞게 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군을 투입해 약 5시간 만에 폭동을 진압했다. 그는 시위대를 “광신도, 네오파시스트”라고 쏘아붙인 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공격을 독려하는 듯한 연설을 몇 차례 했다”며 전임자 책임론을 폈다.

반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트위터에 “증거도 없는 혐의를 부인한다. 평화 시위는 민주주의의 일부지만 오늘 일어난 대로 공공건물에 침입하고 약탈을 벌이는 것은 규칙을 벗어난 일”이라고 썼다. 그는 룰라 대통령에게 ‘50.9% 대 49.1%’라는 초박빙 차로 대선 결선 투표에서 패배한 후 권력 이양에는 동의했지만 최고선거법원에 대선 전자개표기의 오류 검증을 신청했다가 기각됐다. 보우소나루는 룰라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한 채 지난해 말부터 가족과 함께 미국 플로리다에 체류 중이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주요 군부대 앞에 일명 ‘애국 캠프’를 차리고 룰라 취임 반대 시위를 벌였고, 일부는 테러 모의 혐의로 체포됐다.

이날 미국 남부의 국경인 텍사스주 엘패소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충격적이다”라고 말한 뒤 트위터에 “브라질의 민주주의와 평화로운 권력 이양에 대한 공격을 규탄한다”라고 썼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정상들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날 폭동을 ‘쿠데타 시도’로 규정했다. 미 상원 민주당 외교위원회는 2년 전 자국 사태와 비교하면서 “도널드 트럼프의 유산이 서반구를 오염시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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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도 대선불복… 대통령궁 복귀해 깨진 유리창 둘러보는 룰라
브라질도 대선불복… 대통령궁 복귀해 깨진 유리창 둘러보는 룰라 홍수 피해를 입은 브라질 남부 아라라쿠아라를 방문했다가 급히 수도 브라질리아로 귀환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가운데 흰색 상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시위대원 수천명이 난입했던 대통령궁의 깨진 창문 사이로 아수라장이 된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브라질리아 AP 연합뉴스
룰라 대통령이 국정을 빠르게 안정시킬지는 미지수다. 브라질 이념전쟁의 근간에는 먹고사는 문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좌파 거두인 룰라 대통령은 누구나 ‘스테이크와 맥주’를 즐기던 좋은 시절을 회복하겠다며 3선에 성공했지만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경제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서울 김현이 기자
2023-01-1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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