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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추모의 벽 오류 1015개… 美 내셔널몰 역사상 최악의 실수”

“한국전쟁 추모의 벽 오류 1015개… 美 내셔널몰 역사상 최악의 실수”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3-01-10 20:50
업데이트 2023-01-11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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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 찾아낸 역사학자 할 바커

한국전쟁 전사자 500명 빠지고
전쟁 무관한 사람 245건 새겨져

“美 정부, 명단 오류 알고도 추진
한국이 수정 비용 치러선 안 돼
정확히 기억해야 할 국가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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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민들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내셔널몰의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공원에 있는 추모의 벽을 둘러보고 있다. 워싱턴DC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시민들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내셔널몰의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공원에 있는 추모의 벽을 둘러보고 있다.
워싱턴DC 로이터 연합뉴스
“워싱턴DC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 추모의 벽에 새긴 전사자 명단은 미국 역사상 내셔널몰에서 발생한 최악의 실수입니다.”

지난 25년간 시민단체 ‘한국전쟁 프로젝트’를 꾸려 미군 전사자를 찾고 확인하는 역사학자 할 바커(75)는 9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줌인터뷰에서 “오늘 아침에도 전사자인 삼촌 이름이 ‘Sodden’인데 ‘Soden’으로 각인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거의 매일 이런 통화를 한다”고 밝혔다.

정전협정 체결 69돌을 맞아 지난해 7월 27일 제막한 추모의 벽에서 그의 힘으로 찾은 오기 표현은 1015개였고, 교통사고나 다른 전쟁 사망자 등 한국전쟁과 무관한 이들이 각인된 것도 245건이었다. 반면 포함돼야 할 500여명은 누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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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의 명부를 만드는 시민단체 ‘한국전쟁 프로젝트’(Korean War Project)를 운영해 온 역자학자 할 바커가 서울신문과 영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25년간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의 명부를 만드는 시민단체 ‘한국전쟁 프로젝트’(Korean War Project)를 운영해 온 역자학자 할 바커가 서울신문과 영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바커는 “미국 원주민이나 일본계 미국인 이름에 특히 오자가 많다. 해군 십자훈장을 받은 ‘H.J Smith’는 ‘HOW J SMITH’로, 명예훈장을 받은 ‘Ambrosio Guillen’의 성은 ‘GUILIEN’으로 표기됐다”고 소개했다.

오기의 주된 이유는 1950년대에 펀치 카드를 이용해 컴퓨터에 전사자 명단을 입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전사자 명단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국방부도 알았지만 그대로 새겼다. 앞으로도 비용과 시간상의 문제로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베트남전의 미군 전사자를 새긴 인근 조형물도 같은 논란을 겪었고, 결국 380여명의 이름을 추가했다. 바커는 “베트남전 조형물에 이름을 수정하는 데 1인당 5000달러(약 620만원)가 투입됐다고 들었고, 우리 경험에 따르면 한국전쟁 전사자 한 명의 이름을 확인하는 데만 통상 5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2420만 달러(300억원)의 건립예산 중 한국 정부가 2360만 달러(292억 6000만원)를 부담했다는 설명에 “추모의 벽 법안에 미국 예산은 사용하지 않도록 돼 있지만 처음부터 (미국이) 알고 있었던 실수에 한국이 대가를 치른다면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바커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전사자 이름을 규명하는 일을 벌였다”며 “전사자 이름이 정확하지 않다면 손자·손녀들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희생한 것을 어떻게 알까. 국가엔 전사자를 정확하게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추모의 벽에는 미국 국방부와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KWVMF)이 작성한 미군 전사자 3만 6634명과 한국군 카투사 전사자 7174명의 이름이 각인돼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2023-01-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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