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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기억으로 그려낸 지도 덕에 33년 만에 친어머니와 상봉

흐릿한 기억으로 그려낸 지도 덕에 33년 만에 친어머니와 상봉

임병선 기자
입력 2022-01-02 09:31
업데이트 2022-01-0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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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세 중국 남성 리징웨이, 소셜미디어에 그림 올린 13일 만에

네 살 때 친척에 의해 납치된 중국 남성 리징웨이가 새해 첫날 허난성 란카오에서 33년 만에 친어머니와 감격의 해후를 하며 눈물을 쏟고 있다. 베이징 뉴스 영국 BBC 홈페이지 재인용
네 살 때 친척에 의해 납치된 중국 남성 리징웨이가 새해 첫날 허난성 란카오에서 33년 만에 친어머니와 감격의 해후를 하며 눈물을 쏟고 있다.
베이징 뉴스 영국 BBC 홈페이지 재인용
33년 전 납치당한 소년이 꿈에서라도 잊지 않기 위해 그린 고향 옛집 지도 덕에 새해 첫날 그리운 어머니를 얼싸안을 수 있었다.

영국 BBC가 보도한 데 따르면 중국 광둥성에 사는 리징웨이(李景偉, 37)는 이날 허난(河南)성 란카오(蘭考)에서 그토록 애타게 찾던 어머니와 감격의 해후를 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이날 어머니의 마스크를 조심스레 벗겨내 얼굴을 보더니 와락 끌어안고 오열했다.

네 살 때 그는 친척에 의해 납치되는 바람에 가족과 생이별을 했다. 1988년 ‘대머리 삼촌’의 손에 끌려 윈난성 자오퉁 집을 나선 뒤 낯선 사람들에게 인계돼 꼬박 하루 동안 열차를 타고 허난성으로 이동해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집에서 1800km 떨어진 곳이었다.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을 직감한 소년은 그때부터 매일 나뭇가지로 땅 바닥에 자신의 집과 주변 풍경 등을 그리며 잊지 않으려고 애썼다.

자신과 가족의 이름, 고향 마을도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그리운 가족을 찾기 위해서는 고향의 풍광이라도 기억해야 한다는 본능이 작동했다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컸던 그는 지난해 공안에 가족을 찾아달라고 요청하고 DNA 검사를 했다. 하지만 성과가 없었다. 조바심이 난 그는 성탄 전야에 지인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사연과 지도를 담은 동영상을 소셜미디어 올렸다. 거짓말처럼 어머니 마을을 관할하는 공안 담당자가 우연히 이 지도를 보고 어머니가 사는 마을을 떠올렸다. 학교와 대나무숲, 작은 연못 등을 보고 이 마을이구나 직감했다고 했다. 그 담당자는 그 마을에 실제로 30여년 전 아들을 잃어버린 어머니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리징웨이가 어머니를 찾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고향 마을 옛 지도. 자신은 물론, 가족과 고향 마을의 이름도 떠올리지 못한 소년은 마을의 풍광은 잊지 않으려 땅바닥에 이 지도를 그리고 또 그렸다고 했다. 지난달 중순 종이에 옮겨 그려 소셜미디어에 올린 지 13일 만에 감격의 해후흘 할 수 있었다. 지무 뉴스 영국 BBC 홈페이지 재인용
리징웨이가 어머니를 찾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고향 마을 옛 지도. 자신은 물론, 가족과 고향 마을의 이름도 떠올리지 못한 소년은 마을의 풍광은 잊지 않으려 땅바닥에 이 지도를 그리고 또 그렸다고 했다. 지난달 중순 종이에 옮겨 그려 소셜미디어에 올린 지 13일 만에 감격의 해후흘 할 수 있었다.
지무 뉴스 영국 BBC 홈페이지 재인용
같은 달 29일 유전자가 일치하는 친어머니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스무 살 색시 때 리씨를 잃어버린 그의 어머니는 남편과 다른 두 자녀, 손자까지 먼저 저세상으로 떠나 보내 아들 못잖게 기구한 삶을 살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두유인 프로필에 올린 글을 통해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머니를 만났다. (어릴적 땅바닥에 그린 지도를 기억해내) 종이에 옮겨 그린 지 불과 열사흘 만에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가족을 찾는 데 도움을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적었다.

최근 중국에서는 납치됐거나 실종됐던 자식을 찾은 부모들의 사연이 잇따라 화제가 되고 있다. 2007년 선전(深?)에서 아들 쑨줘(孫卓)가 유괴범들에게 납치된 뒤 20만 위안(약 3700만원)의 포상금을 내걸고 전국을 누볐던 쑨하이양(孫海洋)이 지난달 7일 14년 만에 극적으로 아들을 만났다. 열여덟 살 어엿한 청년으로 자란 쑨줘는 선전에서 1800㎞ 떨어진 산둥(山東)성에서 양부모와 살고 있었다. 쑨줘를 납치한 유괴범 9명도 함께 검거됐다.

지난 7월에는 산둥성 랴오청(聊城)시에 사는 궈강탕(郭剛堂)도 1997년 집 앞에서 놀고 있다 두 살 때 유괴된 아들을 24년 만에 재회했다. 아버지는 아들 사진을 인쇄한 깃발을 단 오토바이를 타고 중국 전역 50만㎞를 누볐으며, 그동안 다른 실종 소년 7명을 부모에게 찾아주기도 했다.

쑨과 궈의 사연은 각각 영화 ‘친아이더’(愛的, 2014년)와 홍콩배우 류더화(劉德華) 주연의 ‘스구(失孤, 한글 제목 잃어버린 아이들, 2015년)’로 상영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공안 당국은 2016년부터 실종아동 정보공유 시스템 운영에 나서 안면인식 기술과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지금까지 8307명의 미아를 찾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변방의 시골 마을에서는 해마다 2만명의 어린이가 납치돼 국내와 해외 가정에 입양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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