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거 해제 앞둔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 스님

동안거 해제 앞둔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 스님

김성호 기자
입력 2016-02-18 17:11
업데이트 2016-02-1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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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2일은 겨울철 집중 수행인 동안거(冬安居) 해제일. 해제를 앞두고 전국 선방에선 2200명의 수좌들이 화두를 든 채 마지막 정진에 매진하고 있다. 18일 충주 석종사를 찾아 지난 석 달 동안 안거를 지도해 온 금봉선원장 혜국 스님(석종사 회주)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석 달 동안 동안거 수행을 이끌어 온 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 스님. 스님은 “더러워진 세상을 바꾸기에 앞서 더럽혀진 내 마음자리부터 먼저 고쳐야 한다”며 늘상 마음의 본질을 살펴 산다면 인생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지난 석 달 동안 동안거 수행을 이끌어 온 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 스님. 스님은 “더러워진 세상을 바꾸기에 앞서 더럽혀진 내 마음자리부터 먼저 고쳐야 한다”며 늘상 마음의 본질을 살펴 산다면 인생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이번 동안거에 몇 명의 대중이 참여했나.

 -전국 사찰, 선방에서 스님 30명이 방부를 들였고 신도 100명도 석 달 동안 정진을 함께했다.

 ?지금 시대에 동안거는 어떤 의미를 갖나.

 -날이 몹시 추울 때 중생을 구제하러 다니는 대신 스님들이 자기관리를 잘해 중생의 아픔을 잘 알 수 있도록 번뇌망상을 다스리는 것이다. 각자 근성 본질과 뿌리를 찾아가는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안거에 참여한 스님, 일반 신도들에게 어떤 점을 특히 강조하나.

 -익은 것을 설게 하고 설은 것을 익게 하는 마음자리를 찾도록 독려한다. 화를 내면 슬픈 감정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기 십상이다. 못된 성질머리가 어디서 나오는가 먼저 생각하도록 이끈다. 욕망을 아예 없앨 수는 없다. 그래서 재가불자들에겐 감정을 다스리는 마음 주인이 될 것을 강조한다.

 ?요즘 젊은 스님들의 수행 모습을 어떻게 보나.

 -요즘 가정에 한 자녀가 흔하다. 귀하게 자란 때문인지 스님들이 수행을 잘하려 애쓰지만 뜻대로 잘 안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다. 옛날 절집에선 모두 스스로 체험을 통해 답을 찾았으나 요즘은 컴퓨터로 해결하는 경향이 짙다. 사색과 명상을 통해 얻은 내면의 답은 영원하지만 컴퓨터로 구한 해결책은 임시방편일 뿐 궁극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번 안거에선 대중들이 수행 중 어떤 말들을 주고받았나.

 -재가자들은 ‘몸이 붕 떴다’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전했다. 그때마다 깨달음의 체험을 한 게 아니라 생각에 속은 것이라고 일러준다. 남에게 속는 것보다 자신에게 속는 걸 더 경계해야 한다. 헛되고 슬픈 감정에 휘둘려 인생의 많은 부분을 낭비하고 살지 않는가.

 ?요즘 불교계에 깨달음 논쟁이 한창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들어서 잘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해할 게 남아 있는 한 깨달았다고 할 수 없다. 평생 노력해야 한다. 나 자신부터 중생의 아픔에 얼마나 더 다가가려 애썼는지 늘상 자문한다. 선방에서 정진하는 수좌들은 중생의 아픔을 더 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뿐이다.

 ?화두를 들고 참구해 깨달음을 얻는 간화선 수행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많은데.

 -사람들의 문제이지 간화선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허공이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간화선의 도 자체는 부처님 이전이나 말년이나 변함없이 존재한다. 간화선에는 스승에 대한 철저한 믿음이 전제돼야 하는데 요즘 믿음이 약해진 것 같다. 초기불교세가 확산되는 걸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 나는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지를 알게 하는 부처님 교훈 방식의 차이로 이해하면 될 뿐이다.

 ?간화선은 어렵다고들 한다. 대중이 어떻게 쉽게 간화선에 다가갈 수 있나.

 -화두 참구에 익숙하지 않을 뿐, 간화선 수행은 어려운 게 아니다. 감정과 말투, 행동에 휘둘리지 말고 그런 감정과 언행이 생성하는 자리를 꾸준히 깊게 바라보고 따라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남북 관계 경색, 총선 정국 등 나라가 어수선하다. 지도자들과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더러워진 내 마음을 바꿀 생각은 않고 더럽혀진 세상만 바꾸려 든다. 내가 살아야 할 세상이라면 어려움도 내가 이겨내야 한다. 우리 민족은 결국 통일해야 한다. 조금 희생을 치르더라도 나 먼저 마음의 문을 여는 수행이 필요하다. 허공에 똥물을 뿌려도 허공은 더러워지지 않는 것처럼 생명과 인생도 마찬가지다. 마음의 본질부터 잘 찾아 노력한다면 지금 나라가 처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충주 글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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