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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성 혹은 망상의 전염… 군중은 늘 바른길을 좇는가

집단지성 혹은 망상의 전염… 군중은 늘 바른길을 좇는가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3-01-27 00:31
업데이트 2023-01-27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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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의 망상/윌리엄 번스타인 지음/노윤기 옮김/포레스트북스/820쪽/4만 2000원

항아리 속 사탕 개수 예측 실험
서면 제출·구두 공개 결과 판이
군중 속 개인 상호작용 활발하면
어리석은 습성 나와 정확성 하락
인간, 비이성 광기에 쉽게 휩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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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번스타인의 ‘군중의 망상’에서는 역사적 사실과 진화심리학, 신경과학 연구를 근거로 사람들이 모이면 집단지성을 발휘하기보다는 광기에 휩싸여 어리석은 행동을 하기 십상이라는 주장을 역사적·과학적으로 증명한다. 위 사진은 네덜란드 판화가 페터르 판데르 헤이던의 1559년 작품 ‘광대들의 축제’.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 제공
윌리엄 번스타인의 ‘군중의 망상’에서는 역사적 사실과 진화심리학, 신경과학 연구를 근거로 사람들이 모이면 집단지성을 발휘하기보다는 광기에 휩싸여 어리석은 행동을 하기 십상이라는 주장을 역사적·과학적으로 증명한다. 위 사진은 네덜란드 판화가 페터르 판데르 헤이던의 1559년 작품 ‘광대들의 축제’.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 제공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의 저자이자 미국의 유명한 투자자인 조엘 그린블라트는 대중의 판단력을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했다. 사람들에게 사탕 1776개가 들어 있는 투명한 항아리를 보여 준 다음 내용물의 개수를 예상해 종이에 적어 제출하게 했다. 이때 개수의 평균값은 1771개로 거의 정확하게 나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구두로 추정치를 말하도록 하는 실험도 했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공개적으로 발표된 추정치는 850개로 실제 개수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군중을 이루는 개인들의 상호작용이 활발할수록 어리석은 군중의 습성이 발현되고 판단의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지나칠 경우 광기까지 나타난다고 했다. ‘군중의 망상’은 니체의 말처럼 최근 주목받고 있는 집단지성이라는 개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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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번스타인
윌리엄 번스타인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프랑스 미디어 철학자 피에르 레비는 ‘집합적 지능’이라는 개념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컴퓨터 네트워크처럼 사람들도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에서 집단지성이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집단지성에 관한 관심만큼이나 집단지성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는 학자들도 여전히 많다.

저자는 진화심리학과 신경과학 연구를 근거로 ‘인간은 합리적 존재’라는 주장을 격파하며 오히려 비이성적 광기에 휩쓸리기 쉬운 존재임을 보인다. 14세기부터 끊이지 않는 종말론을 이야기하는 종교의 발흥 같은 종교적 광기부터 18세기 영국 남해회사 사태, 1990년대 닷컴버블, 2000년대 엔론 스캔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세계 금융위기까지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로 주장을 뒷받침한다.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들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 나갈 수 있는 것은 저자의 독특한 이력 덕분이다. ‘개미투자자의 구루’로 불리는 윌리엄 번스타인은 화학과 의학 분야 박사이지만 신경과 전문의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 의사를 그만둔 뒤 180도 다른 금융이론가와 경제사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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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의 망상
군중의 망상
번스타인은 심리학자들이 수십년 동안 축적한 실험과 통계를 근거로 “사람들이 자신의 분석 능력을 자신을 합리화하는 데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합리적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노력이 필요한데 대부분 인간이 정신적으로 게으르고 ‘인지적 구두쇠’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러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른 모든 것이 실패한 경우에 비로소 두뇌를 사용한다. 물론 그런 경우에조차 사용하지 않는 이들이 더 많다”고 통렬하게 비판한다.

또 인간이 망상에 빠지기 쉬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국가와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실망과 좌절만 안겨 준다면 그곳에서 언제든 종말론이 번성하게 되고 더 쉽게 망상에 빠지고 광기에 휩쓸리게 된다고 경고한다.

최근 나온 에드워드 챈슬러의 ‘금리의 역습’과 나란히 놓고 본다면 읽는 재미가 두 배가 될 듯하다. 두 권 모두 선뜻 집어 들기 망설여지는 ‘벽돌책’이지만 재미있는 역사책을 읽는다고 생각하며 따라가다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면 지금의 사회 현상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유용하 기자
2023-01-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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