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女 종업원들 어떻게 지내나…“北 가족 걱정에 불안”

탈북 女 종업원들 어떻게 지내나…“北 가족 걱정에 불안”

입력 2016-06-21 13:29
업데이트 2016-06-2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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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생활…TV·나들이 통해 한국사회 공부법원 출석요구 찬반 논란…北, 가족 내세워 여론 공세

지난 4월 초 중국 닝보(寧波)의 북한 식당을 탈출해 한국으로 온 북한 여성 종업원 12명이 입국 2개월여 만에 첨예한 사회적 논란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21일 오후 인신보호소송의 심문기일을 열어 이들이 자진 입국했는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체류 중인 것이 타당한지 등을 심리할 예정이다.

이번 심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지난달 말 북한 여성 종업원들에 대해 인신보호법상 구제를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탈북민에 대한 인신보호 구제 청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이번 심리에 북한 여성 종업원들을 내보내지 않고 이들의 법정 대리인이 출석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본인들이 법정 출석을 원하지 않는다”며 “법정 진술에 따라 북한에 있는 가족의 생사가 갈릴 수 있는데 법정에 가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북한 여성 종업원들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3개월째 생활 중이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는 옛 중앙합동신문센터의 명칭을 바꾼 것으로, 한국에 온 탈북민이 가장 먼저 거쳐야 하는 정부 기관이다.

북한 여성 종업원들은 이곳에서 정부 당국의 조사와 함께 한국 사회 정착을 위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여성 종업원들은 북한과는 다른 한국 사회의 생활 방식에 관한 교육을 받고 TV도 보며 한국 사회가 어떤 곳인지 배우는 중”이라며 “가끔 나들이도 한다”고 말했다.

북한 여성 종업원들이 종종 서울에 있는 고궁이나 놀이공원을 둘러보며 한국 사회가 어떤 곳인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들의 입국 당시 정부는 이들이 중국에서 생활하며 한국 영화나 TV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실상을 어느 정도 안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부분 20대 초반인 이들은 한국 사회에 정착하면 대학에 진학하고자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영어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공부도 하고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들은 중국의 여느 북한 식당 종업원들처럼 춤과 노래를 포함한 예술적 소질을 갖췄다.

이들은 법정에서 한국에 자진 입국했는지 등에 관한 진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걱정하며 불안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민이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머무르는 기간은 보통 70일이지만, 북한 여성 종업원들의 경우 체류 기간이 이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탈북민은 최장 6개월 동안 센터에 머무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탈북민의 센터 체류 기간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며 “북한 여성 종업원들의 경우 신변 안전 등을 위해 체류 기간이 다소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생활을 마친 탈북민은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국 사회 정착 교육을 받게 된다.

북한 여성 종업원들은 일단 이번 재판에는 법정에 출석하지 않게 됐지만, 이들의 법정 출석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탈북자단체들은 이들에게 법정 진술을 요구하는 것은 북한에 있는 가족을 위해 ‘납치됐다’고 주장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라며 이들의 법정 출석 요구 자체가 인권침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지난 4월 초 총선을 앞두고 북한 여성 종업원들의 입국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게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한다. 탈북민의 입국 과정을 비밀에 부치는 관행을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깨뜨려 논란을 키웠다는 것이다.

북한은 한국 사회의 논란을 겨냥한 듯 북한 여성 종업원들의 가족을 내세워 이들의 한국행이 납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대적인 여론 공세를 펼치고 있다. 북한은 다른 탈북 사례들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의 납치행위라고 주장해왔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탈북을 납치로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있는 탈북민에 대한 인신보호 소송이 열리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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