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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나 있었는데…“탈출” 외치고도 조종간 잡았다 [이슈픽]

10초나 있었는데…“탈출” 외치고도 조종간 잡았다 [이슈픽]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22-01-13 10:33
업데이트 2022-01-1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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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심정민 소령, 민가 피하다 탈출 못하고 순직

민가에서 불과 100m 떨어진 지역에 추락
10초 가량 있었지만 끝까지 조종간 잡아
결국 탈출시기 놓쳐 순직한 듯…14일 영결식
추락 동체 살피는 군 관계자
추락 동체 살피는 군 관계자 11일 오후 1시 46분께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의 한 야산에 공군 10전투비행단 소속 F-5E 전투기 1대가 추락했다. 군 관계자가 추락한 전투기 기체를 살피고 있다. 2022.1.11
연합뉴스
노후 전투기인 F-5E에 탑승했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조종사는 탈출 시간이 있었지만 민가를 피하려고 조종간을 끝까지 놓지 않다가 순직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투기는 마을 민가와 불과 100m 떨어진 곳에 추락했는데, 인명피해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것이다.

13일 공군에 따르면 고(故) 심정민(29) 소령은 지난 11일 기체 추락 당시 민가의 피해를 막고자 죽음의 순간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사투를 벌였던 정황이 사고 조사에서 일부 밝혀졌다.

조사 결과 고인이 조종하던 F-5E는 지난 11일 경기 수원기지에서 이륙 후 상승하다 항공기 좌우 엔진에 화재 경고등이 켜지고 기체가 급강하했다. 사고기는 1986년 도입돼 통상 전투기 정년으로 여겨지는 30년을 훌쩍 넘겨 운용한 지 36년이 된 기종이다.

●탈출 절차 진행하고도 조종석에 남았다
심 소령은 사고 당시 관제탑과 교신에서 두 차례 ‘이젝트’(탈출)를 선언하며 비상탈출 절차를 준비했지만 실제 탈출은 하지 못했다.

심 소령이 탈출하지 못한 이유는 사고 조사에서 밝혀졌다. 그에게는 비상탈출을 선언하고 추락하기까지 10초 가량의 시간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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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중인 F5E 전투기. 연합뉴스
훈련 중인 F5E 전투기.
연합뉴스
10초면 조종사가 비상탈출 장치를 작동시켜 탈출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다. 비상탈출 장치도 2013년 교체한 신형이어서 작동만 했으면 탈출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심 소령은 조종간을 끝까지 놓지 않은 채 비행을 계속했다. 그러다 결국 탈출 시기를 놓쳐 순직한 것으로 보인다. 가쁜 호흡을 계속하며 기체를 최대한 민가에서 멀어지게 하려 노력한 정황이 자동 기록 장치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공군은 “고인은 작년 11월에는 호국훈련 유공으로 표창을 받을 만큼 하늘을 사랑하고 공군인임을 자랑스러워했던 모범적인 군인이었다”고 애도했다. 공군사관학교 64기로 2016년 임관한 심 소령은 경량급 전투기인 F-5를 주기종으로 5년간 조종 임무를 수행하다 지난 11일 순직했다. 결혼 1년 차여서 주변의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

●결혼 1년차…“전투 조종사로 살고 싶다” 
추락 전투기 잔해 조사하는 군 관계자
추락 전투기 잔해 조사하는 군 관계자 1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의 한 야산에서 공군 관계자들이 10전투비행단 소속 F-5E 전투기 잔해를 확인하고 있다. 공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44분께 F-5E 전투기가 이륙해 상승 중 추락했다. 2022.1.11 연합뉴스
그는 제10전투비행단 항공작전과 운영장교로 작전 일정을 통제하며 비행단의 전투준비태세 유지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어렵고 궂은일에도 솔선수범하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대대 분위기를 명랑하게 이끌어왔다고 공군은 전했다. 고인은 “나는 언제까지나 전투 조종사로서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해졌다.

공군은 고인의 계급을 대위에서 소령으로 추서했다. 영결식은 14일 오전 9시 소속부대인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엄수된다. 유해는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정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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