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일당 숙청작업 길게는 2~3년… 공포정치 지속”

“장성택 일당 숙청작업 길게는 2~3년… 공포정치 지속”

입력 2013-12-11 00:00
업데이트 2013-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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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정세 전문가 진단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그 일당에 대한 숙청 작업이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2~3년까지 이어지면서 ‘공포정치’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또한 장성택이 주도하던 대외 협력, 경제 개혁·개방 조치가 후퇴하거나 유보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피비린내 나는 숙청에 따른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당근’이 주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혹독한 검열과 통제가 북한 사회를 얼어붙게 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지적됐다.

장성택 일당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은 단기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로 이어지겠지만 동시에 불안정성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탈북자 1호 박사(정치학)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장성택의 여독(餘毒)을 청산하는 과정은 지방당까지 뿌리를 뽑는 정풍운동으로 이어질 텐데 그 과정이 빨리 정리되면 체제 이반이 줄어들면서 권력 기반이 강화되겠지만 역으로 (1997~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숙청 작업인) 심화조 사건처럼 길어지면 민심 이반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이어 “북한 주민의 김씨 왕조에 대한 충성심이 옅어지는 가운데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권력 엘리트들과 주민들은 김정은이 잔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당과 인민이 분리된 상황에서 체제 저항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장성택 세력 숙청 효과는 제한적이며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당장은 김정은 중심의 일사불란한 체제가 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권력 암투가 진행될 수도 있다”면서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을 판단하는 잣대는 핵·경제 병진정책의 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경제 개혁·개방의 속도 조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비록 성과는 없었지만 나진·선봉지구와 황금평 사업 등 북·중 경제 협력을 주도한 인물이 장성택인 만큼 중국의 지원이나 투자도 주춤할 가능성이 크고, 누구도 북한에 섣불리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은 개혁·개방을 입으로는 얘기하겠지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반면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핵·경제 병진정책은 박봉주 총리와 내각을 중심으로 계속될 것”이라면서 “중국은 장성택의 숙청과는 무관하게 김정은이 북핵 현안 등에서 따라준다면 지원의 손길을 내밀 것”이라고 말했다.

전례 없는 숙청의 후폭풍은 북한 사회의 공기도 바꿔놓을 전망이다. 조 교수는 “이번 사건은 2인자를 마음대로 처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동시에 그만큼 김정은이 불안하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라면서 “혹독한 사회 통제가 예상되고, 주민들을 하나로 묶기 위한 외부 도발이나 핵실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 원장은 “분위기는 경색될 테지만 김정은이 일종의 ‘3S 정책’으로 주민을 달래려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3-12-1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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