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 유출 31시간… “삼성전자, 대피 명령 안했다”

불산 유출 31시간… “삼성전자, 대피 명령 안했다”

입력 2013-01-29 00:00
업데이트 2013-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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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산유출 파악하고도 ‘경미한 사고로 판단’ 10시간 동안 방치

불산 용액이 유출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사고발생 사실을 하루가 지나도록 유관기관은 물론 직원들에게조차 제때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를 자체 수습하려고 쉬쉬하다가 작업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불산 가스에 누출돼 병원 치료를 받는 등 안전불감증으로 피해를 키워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됐다.

화성사업장 DS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 이승백 상무는 불산누출 사실을 파악한 지 30시간 만인 28일 오후 7시30분 사업장 앞에서 연 현장 브리핑을 통해 “현장(11라인)에는 5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며 “대피명령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밝힌 사고 발생시점은 지난 27일 오후 1시31분. 11라인 외부 화학물질 중앙공급시설 밸브에 불산이 액체상태로 유출되고 있는 것을 발견, 관리운영사인 STI서비스에 신고했다.

현장을 둘러본 STI서비스 관계자는 “유출이 경미해 밤 늦게 수리해도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이 판단을 용인했다.

STI서비스가 수리를 시작한 같은날 오후 11시까지 무려 10시간여 동안 불산이 유출된 채 방치됐는데도 ‘경미한 유출’로 판단해 초동대처에 허점을 드러냈다.

다음날인 28일 오전 4시46분 밸브 등 고장 수리를 마치고, 1시간여 뒤인 5시40분 유출된 불산용액의 중성화, 세정까지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직원들에게 유출 사실을 알리거나, 대피 명령을 하지 않았다.

관련 생산(11라인)시설도 사고 조치는 물론 배관 교체작업이 진행되는 중에도 중단없이 가동됐다.

이후 수리 작업에 참가한 관리자 5명에게 이상이 발견돼, 오전 7시30분께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박모(34)씨는 오후 1시55분께 끝내 숨졌다.

맹독성 화학물질인 불산 누출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삼성전자는 경찰이나 소방당국, 경기도, 한강유역환경청 등 유관기관에 사고 사실을 제때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같은 날 오후 3시까지 무려 26시간 동안 유관기관은 불산 누출 사고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대피 명령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 상무는 “불산 유출 지점이 생산라인(11라인)과는 별도의 공간이어서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유출액은 폐수처리장으로 곧장 흘러 중화된다”고 해명했다.

은폐 이유에 대해선 “유관기관에 늦게 신고한 이유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불산 누출 사고 발생 만 하루가 지난 28일 오후 2시42분께 경기도에 사고 사실을 통보했다.

게다가 뒤늦게 사고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관기관은 물론 취재진의 확인 요청이 잇따랐는데도 삼성전자는 “확인 못했다. 기다려 달라”며 일관, 비난을 자초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화성사업장 직원들은 회사의 이 같은 해명에 분통을 터뜨렸다.

직원 정모(37)씨는 “우리 사업장에서 불산이 유출됐다는 걸 뉴스를 통해 알게 됐다”며 “위험성이 없다면 다행이지만 사고 사실을 은폐하려고 직원들에게까지 사고 사실이 숨겼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 소방, 환경 당국은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면서도 “삼성 측에서 사고 사실을 제때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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