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미군 핵심피의자 출석연기에 수사 차질 우려

‘도주’ 미군 핵심피의자 출석연기에 수사 차질 우려

입력 2013-03-04 00:00
업데이트 2013-03-0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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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이유 계속 연기해도 강제구인 어려워…美측 협조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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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난동을 부리고 경찰관과 시민을 차로 치고 도주한 주한 미군  부부가 경찰 조사를 위해 4일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도심에서 난동을 부리고 경찰관과 시민을 차로 치고 도주한 주한 미군 부부가 경찰 조사를 위해 4일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복을 입은 경찰까지 차로 치고 도주한 미군이 부상을 이유로 경찰에 출석 연기를 요청함에 따라 이번 수사의 관건인 핵심 피의자 조사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도주 차량을 운전한 D(23) 일병이 경찰 조사에 응하기 전까지는 강제구인이 어려워 무작정 미군 측의 협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주한미군 측이 도주 차량을 운전한 D일병이 경찰관이 발포한 유탄에 어깨를 다쳐 미8군 영내 병원에서 치료 중이어서 당장은 조사가 어렵다고 통보해왔다고 4일 밝혔다.

도주 차량에 같이 탔던 미군 C(26)하사는 피의자 신분으로 이날 오후 2시 미 정부 대표 및 변호사와 함께 경찰에 출석했다. 역시 차에 동승한 것으로 알려진 여군 W(22)씨는 오후 6시 출석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미군 측에서 D일병이 현재 진통제를 맞고 입원한 상태라 당장 조사를 받기 어렵다고 알려왔다”며 “D일병에 대한 조사를 언제 어떻게 진행할지 미군 측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일단 C하사 등 동승한 미군 2명이 먼저 조사를 받기로 했지만 경찰의 증거 확보에 중요한 열쇠는 D일병이다.

그의 어깨에 박힌 총탄을 확보해 경찰이 발사한 총탄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으나 현재 D일병이나 미군 의사 모두 총탄을 빼내는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경찰이 이날 오전 찾아낸 미군 도주 차량 내부에서 발견된 혈흔이 누구 것인지 특정하려면 부상한 D일병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사건 현장에서 미군을 붙잡는 데 실패해 초동조사의 기회를 놓친 만큼 총탄과 혈흔을 증거로 확보해야 혐의를 확실히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D일병이 미8군 영내 병원에서 치료 중이어서 경찰이 부상 정도를 직접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경찰은 현재 미군 CID를 통해 부상 정도를 확인하고 있으며 몸 상태가 나아지는 대로 바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미군이 계속 출석조사를 거부하면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하는 방법이 있지만, 영장 집행 또한 미군 측의 협조 없이는 힘들다.

경찰은 통상적으로 피의자가 출석 요구를 세 번 거부한 다음에야 영장 신청을 검토하기 때문에 일단은 강제구인보다 D일병이 입원 중인 병원을 찾아가 조사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등은 이번 출석연기가 미군의 전형적인 시간끌기 전략이라며 신속한 수사로 이번 사건의 전모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박정경수 사무국장은 “미군 사건은 초기에 언론이 관심을 가질 때를 제외하고는 느리게 진행되는데 미군들이 말을 맞추고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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