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장, 5·18 ‘임을 위한 행진곡’제창 부정적

보훈처장, 5·18 ‘임을 위한 행진곡’제창 부정적

입력 2013-05-02 00:00
업데이트 2013-05-02 13:4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정부차원 기념곡 제정 추진…”5.18 역사, 정신 부정” 각계 반발 확산

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서가 기념 식순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2일 오후 광주지방합동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5·18 기념식 식순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포함하느냐는 질문에 “예년과 같이 하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처장은 “정부의 모든 민주화 운동 기념행사에는 공식 기념 노래가 있다. 여기에는 이견이 없는데 ‘임을 위한 행진곡’은 많은 의견이 있다”며 “다른 의견들이 있으니까 정부가 (식순에 포함시키는 것을) 추진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5·18 기념식은 광주 시민만의 행사가 아니고 정부의 기념행사”라며 “광주 시민과 5·18 단체의 의견을 듣고 국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33주년 기념식이 끝나면 기념곡 제정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소설가 황석영씨가 백기완씨의 시 ‘묏비나리’를 개작, 김종률씨가 곡을 붙인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 27일 계엄군의 총탄에 숨진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당시 30세)과 노동현장에서 산화한 박기순(당시 21세·여)의 영혼결혼식을 기념하고 용기를 내서 잘못된 것을 이겨내자는 망자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탄생했다.

이후 5·18을 상징하는 민중가요로 널리 알려진 ‘임을 위한 행진곡’은 매년 기념식에서 불려왔지만 2010년 30주년 기념식부터 공식행사에서 제외되고 식전행사에 포함됐다.

더욱이 국가보훈처는 2006년과 2009년 공식 추모곡 국민공모를 추진한 데 이어 지난해 말 5·18 기념곡 제작 명목으로 예산 4천800만원을 편성, 기념곡 제정을 추진 중이다.

김동철(광주 광산갑) 민주통합당 의원은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의 역사와 정신이 담겨 있고 광주 시민과 국민의 마음속에 이미 공식 기념노래로 자리 잡았다”며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조차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공식 기념노래를 제작하겠다고 나선 것은 혈세 낭비이자 5·18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조했다.

강운태 광주시장 역시 이날 정례회의에서 “200여 년 전 프랑스 혁명 때 만들어진 프랑스 국가는 노랫말이 매우 과격해 주변국을 적대시하고 아이들이 부르기에 부적합하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프랑스 역사의 근본이기 때문에 부르는 것”이라며 “5·18 기념 식순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5·18 단체의 한 관계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한국 민주주의의 고된 여정을 품은 역사이자 5·18 정신을 되새기게 하는 상징”이라며 “유족의 한을 대변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한편 국가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는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결정된 사항이 없으며 계속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