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생사 확인 안 돼…용의자 입 닫아

실종자 생사 확인 안 돼…용의자 입 닫아

입력 2013-08-03 00:00
업데이트 2013-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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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여성 실종’ 용의자 열흘 만에 검거

지난달 24일 전북 군산에서 발생한 이모(40·여)씨 실종사건과 관련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군산경찰서 정모(40) 경사가 충남 논산에서 붙잡혔다.

정 경사는 현재 묵비권을 행사하며 실종 사건과 관련에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 ‘확인 또 확인’…검거 순간

지난달 26일 이후 종적을 감췄던 정 경사는 2일 오후 6시10분께 충남 논산시 취암동의 한 길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거 당시 정 경사는 선글라스를 쓰고 검은색 바지, 파란색 반소매 티셔츠, 등산화 차림에 자전거를 끌고 있었다.

부여경찰서 백강지구대 이희경 경위는 정 경사와 비슷한 이목구비의 한 남성이 땀을 흠뻑 흘리며 지친 기색으로 자전거를 끌고 가자 의심이 들었다.

이 경위는 정 경사를 앞질러가 다시 한 번 얼굴을 확인했고 정 경사가 확실하다고 생각해 뒤를 쫓았다.

이 경위는 정 경사가 PC방으로 들어가자 논산지구대에 신고한 뒤 출동한 동료 경찰관과 함께 정 경사를 붙잡았다.

이 경위는 신분증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그에게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면서 “정 경사가 맞느냐”고 묻자, 정 경사는 체념한 듯 “맞습니다”라며 순순히 검거에 응했다.

◇ 실종 여성 생사 확인 안 돼

정 경사는 현재 지난달 24일 실종된 이씨의 생사에 대해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정 경사는 이날 오후 8시 40분께 포승줄과 수갑을 찬 채 군산경찰서에 압송됐다.

검은색 바지, 파란색 반소매 티셔츠, 등산화 차림에 며칠 간 깎지 않은 수염이 덥수룩한 정 경사는 고개를 숙인 채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여성을 살해했냐’, ‘시신을 유기했냐’, ‘심경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그는 현재까지 이씨 살해 여부나 도주 경위 등에 대한 경찰 신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씨의 생사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논산경찰서에서 군산으로 오는 차 안에서도 정 경사가 진술을 거부했다”면서 “추가 조사를 해봐야 실종자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주도면밀한 도주 행각

정 경사는 14년 경찰 경력을 바탕으로 지능적이고 치밀하며 특히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대담한 행동까지 벌이는 등 경찰을 당혹시켰다.

정 경사는 지난달 25일 이씨 실종과 관련해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지만, 연관성을 거부하고 나아가 강압 수사라고 반발하며 버틴 끝에 6시간만에 풀려났다. 이에 앞서 휴대전화의 통화기록과 메시지를 지우기도 했다.

경찰 조사 후 그는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집 반대방향으로 승용차를 몰아 강원도 영월로 내뺐고 옷가지를 구입해 변장을 하기로 했다.

특히 경찰의 추적을 의식해 지난달 26일 영월에 승용차를 버리고 곧장 대중교통편으로 대전, 전주, 군산을 거쳐 고향 인근의 대야터미널로 오는 대담함을 보였다.

특히 이런 행적의 단서가 될 승용차 안 블랙박스 영상을 모두 지워 경찰을 당혹스럽게 했다.

정 경사의 치밀함과 수사 시선을 돌리기 위한 고의 행동을 엿볼 대목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26일 대야터미널에서 택시로 회현면 시골마을까지 이동했다. 이후 약 3시간 30분 동안 이씨의 옷을 숨기거나 시신유기 또는 증거인멸 등의 중요 행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주민과 경찰 수사망을 피하려고 일부러 인적이 드물고 폐쇄회로(CC)TV가 설치가 안된 시골마을에서 내려 어두운 밤에 논길로 이동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정 경사는 군산에서 오래 근무해 주변 지리와 주민 이동 특성에 밝은 점을 최대한 이용한 것이다.

여기에 다음날 발견된 이씨의 옷가지는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당일 밤 일부러 주민 왕래가 잦은 농로 옆 밭에 놓았다는 게 경찰의 추정이다.

정 경사가 2일 충남 논산시 취암동에서 검거될 당시 그는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었다.

이런 정황으로 봤을 때 정 경사는 경찰 추적을 피하고자 동선 파악이 어려운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 경찰, 9일간 뭐했나…수사망 ‘구멍’

정 경사의 치밀함과 용의주도에 반해 경찰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감시, 수사, 수색으로 헛심만 쓴 꼴이 되고 말았다.

군산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이씨 실종의 유력한 관계자로 정 경사를 조사했지만 결백과 임의동행 등을 이유로 거칠게 저항하자 6시간만에 풀어줬다. 정 경사를 풀어준 경찰은 도주를 우려해 감시조를 붙였지만, 그는 집과 반대방향으로 차를 몰아 경찰을 따돌리고 이후 영월로 도주, 경찰 감시망을 완전히 벗어나버렸다.

경찰은 이후 정 경사가 다음날 대중교통을 이용해 제천, 전주, 군산으로 온 것을 한참 후에야 알았다.

특히 옷을 버리거나 시신유기 또는 증거인멸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당일 밤 3시간 30분 동안 대야터미널∼회현면 시골마을∼대야터미널을 활보하는 것도 몰랐다.

실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정 경사를 검거하거나 적어도 행적을 파악할 결정적인 시간을 놓쳐버린 것이다.

그나마 경찰이 26일 밤 이후 거둔 성과는 이씨의 옷가지를 발견한 것이다. 이마저도 주민 신고 때문에 가능했다.

이후 정 경사의 행적을 파악하지 못한 경찰은 하루 1천300명의 경력과 경찰견, 헬기까지 투입해 군산 일대를 이 잡듯이 뒤졌다.

하지만 이미 정 경사는 군산을 벗어나 전주로 도주한 뒤였다.

이후 정 경사는 논산으로 도주했고 여인숙 등에서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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