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힘겨운 ‘절전 전쟁’…군사작전 방불

기업들의 힘겨운 ‘절전 전쟁’…군사작전 방불

입력 2013-08-13 00:00
업데이트 2013-08-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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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간부터 정전대비 위기대응 상황을 발효합니다.”

13일 오후 2시30분.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피크 타임’에 맞춰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포스코 특수강 메인 변전소 지휘실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임직원 1천200여 명의 휴대전화와 사내 메일을 통해 상황이 한꺼번에 신속히 전파됐다.

첫 번째 경계단계가 내려지자 이 회사 제강공장에서 가동하는 가장 큰 100t 규모 전기로의 전력이 차단됐다.

사무실 비상등과 보안등을 제외한 조명등이 모두 꺼졌다.

에어컨, 선풍기 등 냉방기 전원도 끊겼다.

공장 내부를 밝히던 조명등도 꼭 필요한 곳을 제외하고는 소등됐다.

제강공장 내부에는 벌겋게 달궈진 쇳덩이들이 오히려 조명등 역할을 했다.

10분 후.

메인 변전소를 지휘부에서 2차 명령이 내려졌다.

”지금부터 심각 단계를 발령합니다. 각자 위치로.”

회사 제강공장에 남아있던 60t 전기로마저 전력이 끊겼다.

사무실에서도 보안용 컴퓨터를 제외한 모든 사무기기의 불이 꺼졌다.

캄캄한 회사 내부는 마치 전쟁 때 야간 공습을 피하려고 불을 끈 모습처럼 변했다.

평상시 이 시간대 회사가 가동하던 전력 사용량은 15만~16만㎾.

전기로 2개의 가동이 전면 중단되자 지휘부 모니터에 표시된 회사 전력 사용량은 4만㎾로 뚝 떨어졌다.

이어 회사 전 공장에 있던 14개의 비상발전기가 요란한 굉음을 울리며 가동에 들어갔다.

이 회사 전체 비상발전기를 가동하면 3천700㎾로 본관 전산실, 공장 시설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변전소에서 상황에 따라 움직이던 직원들의 이마에는 어느새 굵은 땀이 흘러내렸다.

이 회사가 한전과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협의한 사내 목표 전력량은 8만5천㎾다.

하지만 이처럼 과감한 방법으로 목표 전력량을 3만~3만5천㎾를 추가로 줄여 4만~4만5천㎾로 낮췄다.

오후 2시50분 훈련 상황이 종료될 시점.

전력사용량 모니터에는 3만9천㎾가 표시됐다.

훈련에 땀을 흘렸던 직원들의 표정에 미소가 흘렸다.

실제로 이 회사는 지난 12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전기로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있다.

이 회사 에너지팀 김명수 주임은 “산업용보다 훨씬 더 비싼 전기를 쓰는 가정에서도 절전운동에 나서는 만큼 기업이 당연히 동참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대 창원 국가산업단지 내에서 전력 사용량이 많은 한국철강도 전기로 2개의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이 회사는 제강공장 내 120t, 단강공장 70t 규모 전기로의 전력공급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차단하고 있다.

특히 단강공장은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야간에만 작업하고 있다.

이 회사 조현호 총무팀장은 “평상시 하루 전력사용량이 280만㎾인데 절전운동으로 40%가량 줄이는 등 총력전을 펴고 있다”고 소개했다.

창원국가산업단지에서 100t 규모의 전기로를 가동하는 두산중공업은 아예 이번 주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이 같은 기업들의 힘겨운 절전 전쟁으로 이틀째 사상 최악의 ‘전력위기’를 넘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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