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127번 송전탑 건설 예정지 ‘폭풍전야’

밀양 127번 송전탑 건설 예정지 ‘폭풍전야’

입력 2013-10-03 00:00
업데이트 2013-10-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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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주민들 쇠사슬 두르고 결사항전 다짐

경남 밀양 765㎸ 송전탑 공사 재개 이틀째인 3일 공사 예정지 가운데 한 곳인 부북면 위양리는 폭풍전야의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도로변에 누워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시위
도로변에 누워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시위 3일 오전 경남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765kV 건설공사 4공구 공사현장 앞 도로에 탈핵희망버스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온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시위자들이 누운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송전탑 4기(126∼129번)가 들어설 위양리에서 현재 한전이 공사를 재개한 곳은 126번 현장이 유일하지만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나머지 현장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평밭마을 입구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화악산 중턱의 127번 송전탑 건설 예정지를 지키는 반대 주민들에게선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이날 오전 9시께 찾은 127번 현장에는 주민 10여 명이 추석 전에 미리 설치해둔 33㎡ 남짓한 크기의 움막에서 대오를 지키고 있었다.

움막을 받치는 철 구조물에는 쇠사슬 11개를 걸어뒀고, 일부 주민은 아직 공사 시작 전인데도 쇠사슬을 목이나 허리에 두른 채 앉거나 누워 있었다.

움막 안에는 1.5∼2m 깊이의 구덩이를 파뒀다.

한전이 공사를 강행하면 무덤으로 바로 들어갈 각오로 만든 것이라고 주민들은 설명했다.

0.5ℓ짜리 페트병 여러 개에는 인분도 담아뒀다.

한전이 공사를 강행하거나 밀양시청이 움막 철거를 시도하면 몸을 쇠사슬에 묶거나 인분을 뿌리는 등 방식으로 결사항전하겠다는 뜻이다.

주민들은 다른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도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공사 현황 등 상황을 신속하게 전파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추석 후 계속 움막에서 머무른다는 손희경(78) 할머니는 “오늘 126번 현장에서는 주민들이 쓰는 텐트를 빼앗고, 추운데 경찰이 불도 못 피우게 했다더라”며 “부모뻘 되는 사람들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나”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정임출(72) 할머니도 “지난 5월에는 이 자리(움막이 있는 자리)에서 한전이 굴착기를 가지고 들어와 작업했지만 지금은 움막도 세웠으니 절대로 비켜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의를 다졌다.

이처럼 주민들은 “(한전이나 경찰이) 오면 호루라기를 불 테니까 각자 위치에 있어라”라는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까지 짜는 등 결사 저지하겠다는 태도여서 공사가 강행되면 극심한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그야말로 폭풍전야인 셈이다.

실제로 127번 현장은 한전이 지난 5월 송전탑 공사를 강행했을 때도 주민들이 인분을 뿌리거나 상의를 탈의한 채 알몸 시위를 벌이는 등 극렬하게 저항을 한 곳이어서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 가운데 최대 격전지로 예상된다.

취재진들도 아직 한전 측 인력과 경찰이 투입되지 않아 비교적 잠잠한데도 이곳을 꾸준히 찾아 동향을 살피고 있다.

한전과 경찰도 처음부터 주민 반대가 거센 127번 현장에 진입했다가는 오히려 전반적인 공사 진행이 힘들어질 수 있다며 일단 이 곳 공사를 미룬 채 상황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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