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해산결정시 의원직 상실 여부 ‘입법 미비’

진보당 해산결정시 의원직 상실 여부 ‘입법 미비’

입력 2013-11-05 00:00
업데이트 2013-11-05 13:4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명문규정 없어 법조계 해석 분분…헌재 보고서는 ‘유지’로 판단

정부가 5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기로 했다.

헌재가 진보당에 대해 해산 결정을 내릴 경우 소속 국회의원이 의원직 자격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명문규정 없어…헌재 보고서는 ‘유지’ 전망

위헌정당으로 해산 결정된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자격 문제에 관해서는 직접적인 명문 규정이 없는 만큼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

자격 상실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정당해산 제도가 가지고 있는 헌법보호의 취지나 방어적 민주주의 이념·원리상 위헌정당으로 해산되면 소속 의원의 자격상실도 당연하다고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당의 가장 핵심적 인물인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은 위헌정당 해산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으로 국내 헌법학자 중 상당수가 이같은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반대 견해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인 만큼 정당이 해산됐다고 해서 의원 신분을 박탈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돼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국민이 직접 뽑은 지역구 의원은 신분을 유지토록 하되 비례대표 의원의 자격은 상실토록 하는 것이 옳다는 ‘제3의 견해’도 있다.

헌재는 이와 관련해 이미 지난 2004년 한국공법학회에 연구용역을 발주, 선행 검토를 한 바 있다.

헌재 용역보고서는 의원직 ‘상실’ 보다는 ‘유지’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몇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62년 헌법 제38조에서 국회의원은 ‘소속 정당이 해산된 때에는 그 자격이 상실된다’는 규정을 뒀다.

그러나 현행 헌법이나 법률에는 자격상실에 대해 아무런 명문 규정을 두지 않고 있어 사실상 법조문이 삭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보고서는 “이는 입법자의 의사가 이전의 명문규정과는 반대로 바뀐 것이므로 정당이 해산되더라도 의원직은 상실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 ‘비례대표 의원은 소속 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 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하거나 2개 이상의 당적을 가지고 있는 때에는 국회법 136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퇴직한다’는 조문도 의원직 유지 근거의 하나로 제시됐다.

해당 조항에서 ‘비례대표 의원은 정당 해산 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할 경우 퇴직한다’고 나와있는 만큼 정당이 해산된 경우에는 퇴직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의원의 퇴직 규정을 두면서 지역구 의원에 대해 별도 퇴직간주 규정을 두지 않은 만큼 지역구 의원은 퇴직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제시됐다.

보고서는 “국회의원은 헌법이론상 1차적으로 국민의 대표이지 정당의 대표가 아니고 국민대표로서의 지위가 정당대표로서의 지위보다 더욱 우월하기 때문에 소속 정당의 해산만으로 국민의 대표성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개별 국회의원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했을 경우에는 형사처벌로 인해 피선거권을 상실, 국회의원직을 당연히 잃게 된다.

형사처벌과 관계없이 국회 차원에서 자격심사나 징계를 가할 수 있는 만큼 원칙적으로는 정당해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의원직은 상실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국회의원 외에 광역자치단체의회나 기초자치단체의회 의원이나 지자체 장도 주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 만큼 국회의원에 준해 직위를 상실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헌법학자들도 의견 분분…”입법 미비 해결해야”

헌법 전문학자들 간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지역구나 비례대표를 막론하고 의원은 정당의 핵심 간부인데 해산된 위헌정당 소속의 중심 인물들이 의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맞지 않다”면서 “당연히 의원직을 잃게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의원직 상실 여부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어 사회적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 “헌재가 위헌정당 결정을 하게 되면 소속 의원들의 신분이 어떻게 되는지를 주문에서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 규정은 정당을 없애기 위해 만든 조항이 아니라 함부로 없애지 말라는 의미에서 만든 조항”이라며 “따라서 해산 결정 시 국회의원 신분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법적 근거없이 국민의 위임을 받은 국회의원 자격을 상실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터키처럼 위헌정당 결정을 하면서 원인을 제공한 의원만 제명하는 방식과 같이 입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지 헌재가 마음대로 판단할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의원직 자격 상실 여부는 결국 국회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지역 한 로스쿨 교수는 “(의원직 상실 여부 관련) 법 조항이 없어서 앞으로도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헌재는 위헌 정당 여부만 결정하지 국회의원 지위에 관한 결정은 헌재 권한 밖이다. 결국 국회로 공이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