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장병 구하려다 희생…예우해야” 유족들 한목소리

“부상장병 구하려다 희생…예우해야” 유족들 한목소리

입력 2014-06-24 00:00
업데이트 2014-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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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전선 최전방 GOP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장병들은 밝고 긍정적인 생각을 지녀 가족들에게 믿음직한 아들이고 동생이었다고 유가족들은 전했다.

◇ “총격 듣고 부상장병 부축하다 옆구리 관통상에 희생”

23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유가족에 따르면 고 김경호(23) 일병은 생각이 긍정적이고 밝아 어떤 일이 닥치든 그냥 웃고 넘기는 아들이었다.

외아들인 김 일병은 사건 당일 생활관 안에 머물다 총격 소리와 비명을 듣고 밖으로 나가 부상 장병을 구하려다가 옆구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김 일병 아버지 철만(59)씨는 “생활관에서 쉬고 있다가 총소리와 병사들 비명을 듣고 밖으로 나가 쓰러진 장병을 부축해 몸을 피하다가 옆구리 관통상을 입어 현장에서 숨졌다는 군 관계자의 설명을 들었다”며 울컥했다.

그는 “경호가 구하려고 했던 장병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걸로 안다”며 “누군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회복하면 당시 상황을 들어볼 생각”이라고 침통해 했다.

고 김영훈(23) 하사 아버지 선언(50)씨는 “애 엄마가 결혼할 때 데려와 꼬맹이를 20년 넘게 애지중지 키웠다”면서 “휴가 나오면 전남 곡성 고향에 있는 지역공부방센터에서 중·고등학생 40명을 가르치는 봉사도 하면서 참 열심히 살았다”며 울먹였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부대 근무여건 등을 개선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달라”며 목이 메 말을 잇지 못했다.

고 진우찬(21) 상병은 욕 하거나 싸움 한번 한 적 없는 남에 대한 배려가 강하고 생각이 긍정적이었던 아들로 아버지 유호(50)씨는 기억했다.

그는 “성균관대 자연계열 1학년을 마치고 군에 갔는데, 소설을 쓰고 싶어해 그러라고 했다”며 “군 생활을 하며 겨울철에는 멧돼지, 봄철은 제비 등을 보며 관찰일기도 쓰며 준비해온 아들이 꿈을 펼치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 “관심병사 관리실태 한점 의혹없이 조사해야”

유족들은 이번 사건을 저지른 임모(22) 병장이 작년 11월 인성검사에서 특별관심대상자인 ‘A급’ 관심병사에서 중점관리대상자인 ‘B급’ 판정을 받은 후 한 달 만에 GOP에 투입된 데 대해 한점 의혹 없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군 관계자는 “임 병장의 성격을 밝게 하려고 부분대장 직책을 맡겼는데 이후 주변과 대화하고 성격도 밝아져 B급 판정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 진우찬 상병의 아버지 유호(50)씨는 그러나 “병사들에 대한 보다 철저한 관리와 배려, 관심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씁쓸해했다.

고 이범한 상병 아버지 종길(49)씨는 “최근에 아들이 휴가 나와 ‘병장 때문에 힘들다’고 했다는 말을 누나에게 들었다”며 “부대에는 왜 전달이 안됐는지 모르겠다”고 장병 관리실태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강원 고성 사고현장에서 군 수사본부장(대령)에게 임 병장의 관심병사 등급이 B급으로 조정된 뒤 행적 등 사후 추적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꼭 밝혀달라고 건의했다”고 했다.

또 이번 사건 후 최전방 GOP를 둘러보고 나서 열악한 근무환경에 이틀간 잠을 못 이뤘다고 했다.

그는 “그곳은 지형지물과, 환경과, 북한과 전쟁을 하는 ‘전쟁터’였다”며 안타깝기도 하고 분노와 자책감이 일어 괴로웠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21일 오후 총기사건 소식을 방송에서 접하고 불안했다는 종길씨는 “전화벨이 울리는데 ‘(총알을) 몇 발 맞아도 좋으니 살아만 있어다오’라고 빌었는데 군 관계자에게 사망소식을 듣고 주저앉았다”고 끔찍했던 당시 순간을 전했다.

◇ “국방부 훈령 바꿔서라도 전사자 예우해야”

유족들은 장례절차 등을 두고 이날 오전까지 군 당국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조문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유족들은 명예스럽게 자식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에 전사자 처리나 최소한 전사자에 준하는 대우를 요청했으나, 군 당국은 국방부 훈련상 순직 처리 대상자로 분류된다는 입장을 전해 장례절차 협의가 다소 늦어졌다고 전했다.

현행 국방부 훈련상 전사자는 북한과의 총격전으로 희생된 경우로 규정돼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들은 “후방과 달리 최전방 GOP와 GP 장병들의 경우 개인화기와 실탄, 수류탄을 소지한 ‘준전시상태’에서 근무한다”며 “이런 근무 여건을 감안해 전방에서 근무하다 희생된 경우 ‘전사자에 준하는 대우’로 분류할 수 있도록 훈령을 신설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장병 중심으로 군대문화가 바뀌어야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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