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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질 후 영국 간 유학생 11년만에 잡았지만 풀려나

강도질 후 영국 간 유학생 11년만에 잡았지만 풀려나

입력 2016-01-12 08:34
업데이트 2016-01-1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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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외국 체류가 처벌 면할 목적인지 명확지 않아 공소시효 완성”

영국에서 살다 10대 때 잠시 우리나라에 들어와 강도질을 하고 출국했던 남성이 11년 만에 태연히 재입국했다가 붙잡혔지만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해 논란이 일고 있다.

11년 전 저지른 강도죄의 시효는 10년이지만 처벌을 면하려고 외국으로 도망가면 시효가 정지된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처벌을 피하려고 외국에 갔는지 명확지 않아 시효가 완성됐다는 것이다.

본 재판에서 이런 판단이 유지되면 이 남성은 완전히 면죄부를 받는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2005년 2월24일 영국의 한 고교에 다니던 이모(당시 18세)씨는 한국에 들어와 지내다 유흥비가 떨어지자 동갑내기 유학생 친구 권모씨와 함께 강도질을 했다.

이씨 등은 강남구의 20대 여성 A씨의 집에 들어가 테이프로 A씨의 손발을 묶고 흉기를 들이대며 돈을 요구했다.

이들은 A씨의 지갑에 돈이 얼마 없자 지인에게서 500만원을 이체 받도록 하고는 은행에서 돈을 뽑아 달아났다.

경찰이 테이프 등에서 지문을 발견했지만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해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당시 이들은 지문이 등록 안 된 미성년자였기 때문이다.

이후 시간이 흘러 장기 미제사건을 추적하던 강남경찰서 강력팀이 지문을 재검색해 지문의 주인이 이씨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씨는 강도 범행 후에도 환각 물질을 흡입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이후 영국으로 돌아가 직장을 갖고 생활하다 두어 번 다시 한국에 오는 등 ‘죄를 잊고’ 살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받은 특수강도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는 2007년 법 개정에 따라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됐지만 당시 범행은 법 개정 이전이어서 기존의 10년이 적용된다.

그러던 중 경찰은 이씨가 범행 11년 만인 6일 건강검진을 받으려고 입국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공항에서 체포했다.

경찰서로 압송된 이씨는 올 것이 왔다는 듯 순순히 11년 전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바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 심사)에서 이씨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판사는 “외국에 체류한 것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었는지 확실치 않아 공소시효 정지 부분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즉, 이씨가 영국에 기반을 두고 살다 잠시 한국에 들어왔을 때 범행을 한 것이라 이씨의 영국 체류 목적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었는지 확실치 않다는 판단이다.

공범 권씨도 그동안 우리나라에 계속 있어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을 피했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죄를 짓고 외국에 나갔는데 자신이 처벌받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면 시효가 정지되지 않는다는 뜻인지 의문”이라며 “그러면 시효를 정지시키려고 영국에 있는 이씨에게 연락해 ‘한국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귀띔을 해줘야 하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조심스럽게 이의가 제기된다.

한 현직 판사는 “시효에 대한 규정을 너무 엄격하게 본 것 같다”며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라는 것은 공소시효 산입이 억울할 만큼 불가피한 경우에 한정해야 하는데, 객관적인 상황이 없는 상태에서 목적 여부를 따지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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