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단서인데 계부 말은 못믿겠고’…安양 시신수색 딜레마

‘결정적 단서인데 계부 말은 못믿겠고’…安양 시신수색 딜레마

입력 2016-03-23 16:26
업데이트 2016-03-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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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거짓말 탐지기 거짓 반응 나오자 수색 중단

친모의 가혹행위로 숨져 암매장된 안모(사망 당시 4세)양의 시신 수색에 나섰던 경찰이 딜레마에 빠졌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고, 암매장했다고 진술한 의붓아버지 안모(38)씨의 혐의를 입증할 유일한 증거인 안양 시신 확보가 시급한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연방 허탕을 쳤던 수색 이후 신빙성이 떨어진 계부 안씨의 진술만 믿고 그가 지목한 진천 야산을 계속 파야 하는지 고민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 청원경찰서는 지난 19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굴착기와 경찰 병력 60여명을 투입, 안씨가 지목한 충북 진천군 갈월리 야산을 샅샅이 파헤쳤지만 안양 시신을 찾지 못했다.

도로에 인접한 얕은 야산인데도 무려 16곳을 팠지만 안양 시신은 고사하고 유기할 때 감쌌다는 이불보도 발견되지 않자 경찰은 안씨 진술을 의심했다.

안양 사망 경위나 시신 암매장과 관련한 안씨의 진술에 적지 않은 모순점이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급기야 지난 22일 수색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거짓말 탐지기(폴리그래프)와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를 동원에 진실 파악에 나섰다.

그 결과 우려대로 안양의 시신을 진천 야산에 묻었다는 안씨의 진술은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서 ‘거짓 반응’을 보였다.

함께 진행된 프로파일러 조사에서도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3명의 프로파일러는 안씨에 대해 “거짓말을 잘하고, 임기응변에 능하다”는 소견을 내놨다.

그의 주장대로 진천 야산에 암매장한 것이 아니라는 ‘시그널’이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안씨는 여전히 진천 야산에 시신을 묻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체적 진실’을 아는 또 한 사람인 친모 한모(36)씨가 지난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어 계부 안씨의 진술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찰로서는 여간 당혹스러운 게 아니다.

내주 초로 예정된 검찰 송치 이전에 안양의 시신을 찾는 게 관건인데 안씨의 진술을 믿을 수도, 그렇다고 믿지 않고 시신 수색을 포기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미 파 볼 만큼 팠는데도 시신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가 증거 확보 방해를 위해 거짓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더는 그에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끝내 안양의 시신을 확보하지 못해 자칫 ‘시신 없는 시신 유기 사건’이 될 것에 대비, 안씨의 혐의 입증 자료 확보 목적으로 허탕을 감수하고 이틀이나 그가 지목한 곳을 수색했지만, 안양 암매장과 관련한 그의 진술을 충분히 챙겼으니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거짓말 탐지기와 프로파일러 조사 결과가 나오면 안양 시신 수습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던 경찰은 현재 작업 재개 시점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대전지방청과 대구지방청에서 지원 요청한 수색견 2마리 ‘임차’ 기간이 이날 종료되는지만 무턱대고 많은 인력을 동원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경찰은 이날 수색을 포기했다.

그럼에도 검찰 송치까지 불과 닷새가량만 남아 안씨를 상대로 조사할 시간적 여유가 없고, 시신 수습 이외에는 딱히 할 것도 없는 처지라 결국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수색 재개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거짓 반응은 나왔지만 안씨가 착각을 했거나 검사 결과가 잘못 나왔을 수도 있으니 수색을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그를 상대로 재차 조사를 벌여 진천 야산이든 아니면 제3의 장소든 수색 작업은 더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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