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살인’ 여성으로 살면서 지불해야하는 위험비용 보여줘”

“‘묻지마살인’ 여성으로 살면서 지불해야하는 위험비용 보여줘”

입력 2016-05-26 16:59
업데이트 2016-05-2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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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묻지마 살인사건’ 토론회…“성차별적 사회구조 보여준 사건”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묻지마 살인’이 우리나라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지불해야 하는 ‘위험비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노성훈 경찰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주최로열린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원인과 대책’ 토론회에서 이번 사건이 여성을 범행대상으로 한 특정 범죄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노 교수는 “살인범의 83%가 남성이지만 살해당한 사람의 44%가 여성”이라며 “한국에서 여성으로산다는 것은 범죄 피해자가 될 추가적인 위험부담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밤늦게 귀가하거나 택시를 탈 때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워하는 여성이 78%에 이르고 평소에 성폭력 피해를 두려워하는 여성이 58%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 역시 가해자가 남성, 피해자가 여성인 범죄사건의 전형적인 성구조를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성차별적 사회구조와 남성 우월적 사회문화 속에서 여성들은 정신적, 신체적인 폭력에 더욱 노출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피해자의 보호와 지원에 중점을 둔 현재 범죄예방정책에서 벗어나 여성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여성과 남성의 주요 활동공간과 이동 경로가 같지 않고 생활양식에서도 차이가 있어서 따로 여성안전지수를 측정하는 등의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민숙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정신질환자의 살인이 아니다”라며 “한국 사회에 남성 권력을 미화하고 숭상하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차별과 불평등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여성을 소유하고 지배하는 남성성을 가르친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의원은 “혐오범죄, 증오범죄 등 약자에 대한 범죄를 가중처벌하고 인권교육을 강화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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