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은 완전 폐쇄공간…소통 안 되면 위험

선박은 완전 폐쇄공간…소통 안 되면 위험

입력 2016-06-20 13:23
업데이트 2016-06-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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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차이 극복·소통강화 위한 교육시스템 등 대책 시급”

인도양에서 조업 중이던 한국 국적 원양어선에서 발생한 선상살인 사건으로 국내 선원과 외국인 선원 간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사전 교육시스템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공길영 교수는 20일 “원양어선의 경우 선장과 기관장 등을 제외한 하급선원은 모두 외국인인 경우가 많다. 고립된 환경에서 고된 노동이 계속돼 스트레스가 쌓이면 사소한 갈등과 소통문제도 비극적인 폭력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2시께 인도양 세이셸군도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부산 광동해운 소속 광현 803호(138t)에서 발생한 이 사건에서 베트남 선원 2명은 술에 취해 선장과 기관장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범행 동기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공 교수는 이번 사건에도 문화적 차이와 소통문제가 상당한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출항 전에 국내 선원과 외국인 선원 모두에게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어선들은 외국인 선원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출항 후 고된 노동 속에서 소통문제 등으로 외국인 선원들의 불만이 쌓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며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전 교육과 상하급 선원 간 소통강화를 위한 교육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도 “이 사건의 원인은 아직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선상 폭력사건은 언어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사람이 농담으로 던진 말을 외국인이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사례가 있고 생활 풍습이나 환경 차이 등으로 인한 갈등이 어느 순간 폭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선상살인 같은 사건을 막기 위해 상선회사 등에서 용역 경비원을 채용해 선내 경비를 하는 방법도 논의됐으나 비용 문제로 시행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 교수는 “하급선원이 상급선원을 폭행하는 사건은 비교적 자주 발생하지만 살인사건은 드문 편인데, 살인으로까지 이어져 안타깝다”며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면 현재로써는 외국인 선원은 물론 국내 선주와 선장, 기관장까지 교육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많은 상선과 달리 원양어선은 중소기업이 많고 외국인 선원 자격이나 교육 등의 규정도 취약해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 이은방 교수 “상선은 선원 자격이나, 국적이 다른 선원 간 문화 이해, 소통, 선장 리더십 교육 등이 국제협약에 규정돼 있으나 어선은 영세한 경우가 많아 이런 규정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적과 언어, 문화가 달라서 선원들의 행동으로부터 폭력 조짐 등을 미리 감지해내기도 쉽지 않다”며 “갈등이 악화하지 않도록 교육과 소통을 통해 문제를 제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모든 사법권은 비상시 선장에게 있지만 사법권은 통제 가능한 상황에서 유효할 뿐 일단 폭력사태가 발생하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될 수 있다”며 “선상폭력 예방을 위한 선원들 간의 노력과 함께 사전 교육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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