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아슬아슬’ 고사장 혼동·지각 학생 올해도 속출

‘휴∼, 아슬아슬’ 고사장 혼동·지각 학생 올해도 속출

입력 2016-11-17 09:35
업데이트 2016-11-1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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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사고’로 소방관 도움받기도…교문 못 떠나는 학부모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오전 전국 시험장 곳곳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수능 응원전이 펼쳐졌다.

경찰 오토바이나 순찰차를 타고 황급히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지각생들은 올해도 속출했다. 이름 때문에 고사장을 혼동해 당황해하는 수험생도 있었다.

시험장 밖에서는 응원전과 함께 각종 업체의 ‘수능 마케팅’으로 시끌시끌했다. 그러나 8시 10분이 지나자 교실에는 적막만 흘렀다.

= 순찰차 타고 입실·수험표 흘리기도…아슬아슬하게 ‘세이프!’

0...시험장에서는 입실 마감 시간 30분 전부터 경비업체나 경찰 차량을 타고 시험장에 도착하는 학생들이 꾸준히 눈에 띄었다.

서울 경복고에서는 입실 마감 3분 전인 오전 8시7분에야 한 학생이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교문 앞에 도착해 언론사 카메라 ‘세례’를 받아야 했다.

고사 시작시간 5분을 남긴 8시35분에는 순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고사장 앞으로 질주해왔다.

경찰관이 내려 고사장 관계자들에게 웬 종이쪽지를 전달해줬다. 알고 보니 한 학생의 수험표였다.

이 경찰관은 “수험생이 택시에 수험표를 흘리고 갔다는 신고가 오전 8시10분께 들어와 상도동에서 경복고까지 달려왔다”며 진땀을 흘렸다.

부산 동래구 사직고 시험장에서도 입실 시간에 임박해 경찰이 수험표를 집에 두고 간 학생의 어머니를 태워 학교를 찾아 학생에게 수험표를 건네는 긴박한 장면이 펼쳐졌다.

= 자리 못 뜨는 학부모들…“마음이 짠하네요”

0...학부모들은 학생들이 고사장에 들어간 뒤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자녀들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며 애를 태웠다.

마지막까지 수험표를 잘 챙겼는지 확인해 주고 등을 두드리며 “마음 편하게 잘 보고 와”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재수생인 큰딸과 고3인 작은딸을 한꺼번에 시험장에 보낸 김복숙(45)씨는 이미 지난해 이런 풍경을 봐서인지 웃음을 보였지만 속내는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였다.

서울 반포고 시험장을 찾은 김씨는 “큰 애는 아빠가 따라갔고 둘째는 내가 따라왔다”면서 “여학생치고는 덜 예민한 애들이라서 덤덤하게 떨지 말고 시험 보고 오라고 해줬다”고 말했다.

우모(49)씨는 “우주의 기운을 모아 잘 보고 와”라는 우스갯소리로 긴장한 딸의 기분을 풀어줬다.

서울 서초고를 찾은 학부모 이창훈(56)씨는 “딸이 고생한 것을 아니까 마음이 짠하다”며 “후회 없이 준비했던 모든 것을 쏟아내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하마터면’ 시험 감독관이 승강기에 갇혔다 구조돼

0...예기치 못한 ‘황당한’ 사고로 시험장에 가지 못 할 뻔한 시험 감독관과 수험생들이 소방관 도움으로 안전하게 입실했다.

수능시험 감독관인 A(32·여)씨는 빌라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경기 용인소방서에 신고했다.

소방당국은 A씨를 구조한 뒤 “시험장에 가야한다”는 요청에 따라 시험 감독관임을 확인하고 시험장까지 안전하게 태워줬다.

경기 의왕시에서는 아파트 현관문이 갑자기 고장나는 바람에 집 안에 갇힌 수험생 2명이 소방관 도움을 받았다.

이날 근처에 사는 친구 B(18)군과 함께 시험을 보러 가기로 한 C(18)군은 B군 집에 들러 함께 출발하려 했지만 현관문이 고장 나 아파트에 고립됐다.

오전 6시50분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는 수험생 이모군이 “다리가 불편하다”며 119에 이송을 요청했다.

골절상으로 목발에 의지하는 이 군은 구급차를 타고 수험장인 중앙고에 무사히 입실했다.

= ‘파이팅’ 말고 ‘아리아리’ 어때요?

0...서울 경복고에서는 이색적인 우리말 쓰기 운동이 펼쳐졌다. 한글문화연대 소속 대학생 ‘우리말 가꿈이’들은 ‘파이팅’ 대신 순우리말인 ‘아리아리’를 쓰자며 수험생들에게 “수능 아리아리하세요”라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홍보 효과가 크지는 않아 보였다. 이들은 응원하러 온 고교생들에게 ‘아리아리’를 쓰자고 제안했으나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 학교 이름에 ‘파이팅’을 붙인 구호를 계속했다.

= ‘수능 끝나면 알바해야죠?’ 판촉 활동도 치열

0...고사장 주변에서는 아르바이트 알선 업체들의 판촉 활동이 올해도 펼쳐졌다.

이들은 응원하러 온 학생들에게는 ‘이미 합격각’, ‘정답저격’ 등 문구가 쓰인 손피켓을, 수험생에게는 핫팩, 초코바, 모포 등을 나눠줬다.

서울 여의도고에는 ‘한우 홍보’ 활동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일찍부터 교문 앞에 진을 치고 따뜻한 음료수와 핫팩 등을 수험생들에게 나눠줬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오늘 수능이 끝나면 수험생들에게 따뜻한 한우 버거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곳곳에서 ‘수능 시계’를 파는 상인도 눈에 띄었으나 수험생들이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한 탓인지 장사가 잘 안되는 모습이었다.

경기 수원에서는 이곳을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단 수원 삼성이 축구장이 아닌 영통구 광교고에서 응원전을 펼쳤다.

마스코트인 ‘아길레온’들은 “수험생 파이팅, 원하는대로”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손난로를 나눠주며 이른바 ‘수능 대박’을 기원했다.

= 이화여고? 이화외고? ‘헷갈려∼’

0...이름이 비슷한 데다 바로 옆에 있는 서울 이화여고와 이화외고에서는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착각하는 일이 벌어질까 봐 학교 관계자들이 매년 수능날마다 긴장한다.

올해도 이들 학교 정문에서는 학교 관계자가 수험표 소지 여부를 확인하고서 “외고? 이화여고?”하며 시험 장소를 확인했다.

그런데도 헷갈렸는지 두 학교 사이를 뛰는 학생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 고사장 안은 적막…비장한 수험생들

0...떠들썩한 교문 바깥과 달리 오전 8시10분 고사장 입실을 마친 서초고 교실에는 적막만 흘렀다.

수험생들은 학교에 들어설 때의 밝은 모습이 아닌 전투에 나서는 군인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시험을 기다렸다.

대다수 학생은 앞을 멍하니 바라보며 머리를 식히고 있었고 일부 학생들은 눈을 감고 명상을 하거나 가져온 노트를 보기도 했다.

이어 감독관이 유의 사항 설명을 하자 모든 학생이 하던 일을 멈추고 감독관의 안내를 경청했다.

여의도고를 방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그동안 공부했던 것을 유감없이 발휘해 선전하길 기원한다. 입시전쟁이 언젠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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