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왜 부실한가했더니’…급식업자 입찰정보 ‘해킹’

‘급식 왜 부실한가했더니’…급식업자 입찰정보 ‘해킹’

입력 2016-12-16 13:41
업데이트 2016-12-1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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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급식업자 2명 입건…골프접대 학교 행정실장 16명 교육청 통보

중·고등학교 급식을 낙찰받기 위해 다른 업체 입찰정보를 해킹하고 학교 관계자들에게 900여만원 상당의 접대를 한 급식업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입찰방해 및 배임증재 등 혐의로 급식업자 A(52)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로부터 접대받은 학교 행정실장 16명은 교육청에 신고했고, 이중 액수가 큰 1명은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중·고교에서 시행하는 급식 입찰에서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9개 공급업체와 대리점 계약을 맺은 후 같은 학교에 입찰하게 했다.

특히 이들은 경쟁업체의 전 직원 등을 통해 경쟁업체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후 무단 접속해 상대 입찰정보를 확인, 낙찰 확률을 높였다.

경쟁 입찰을 할 급식업체들을 추려낼 권한이 있는 각 학교 행정실장들을 평소 골프 라운딩에 데려가는 등 관리하기도 했다.

이들이 행정실장들에게 제공한 골프 접대는 국내외 30차례, 총 930만원 상당이다.

2012∼2013년에는 태국·중국 등에서 4차례 쳤고, 지난 1년 동안은 국내 골프장에서 26차례 행정실장들과 동반 라운딩을 했다.

A씨 등은 이런 방법으로 2012년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에 있는 37개 사립 중·고교의 학교급식에 입찰해 431차례 75억6천만원 상당을 낙찰받았다.

경찰은 “최종 낙찰은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선정되지만, 이에 앞서 경쟁 입찰할 급식업체들은 학교에서 지명한다”며 “A씨 등은 영업계획을 세워 각 교육청, 관할 학교별로 ‘인맥’ 유무를 정리하고 거래단계를 ‘계획’, ‘진행 중’, ‘확실’로 구분하는 등 체계적으로 영업했다”고 설명했다.

행정실장들도 1명은 해외에서 3차례, 국내에서 10여차례 골프 라운딩을 했고, 다른 1명은 휴가도 내지 않고 2차례 지방 골프장에서 라운딩하는 등 각종 비리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업체 간 입찰가를 담합하면 학부모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이 돌아간다”며 “일반적인 2천만원 이하 급식 입찰은 투찰(제시) 금액의 평균 87.745∼90% 선에서 낙찰되나 A씨 등이 참가한 입찰은 95.3∼99.1%의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납품업자 간 담합과 납품업자 및 교육청, 사립, 공립학교 관계자들과의 유착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교육청에 학교 관계자 골프 접대, 향응제공 사례 등을 전달하는 한편 학교급식 전자입찰을 시행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부정입찰을 차단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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