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등반사고생존자 “낙오자곁 지키다 사망확인후 피난”

日등반사고생존자 “낙오자곁 지키다 사망확인후 피난”

입력 2013-07-31 00:00
업데이트 2013-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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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귀환자들 ‘살아남은 자의 슬픔’

29일부터 30일 사이 한국인 4명이 숨진 일본 나가노(長野)현 중앙알프스 등반사고에서 생환한 등반객들은 생사의 갈림길 속에서 천근같은 발걸음을 옮겨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사고 수습을 맡은 니가타(新潟) 주재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인 단체 등산객 20명 일행 중 리더 격인 박혜재(63) 씨는 가장 먼저 탈진해 거동할 수 없게 된 박인신(70·사망)씨를 곁에서 돌보느라 자신도 위험한 상황에 빠졌다.

사고 당일인 29일 목적지였던 호켄다케(寶劍岳·2천931m) 정상 부근의 기온은 섭씨 10℃ 정도였지만 강한 비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는 영하에 가까웠고, 가져간 간이식은 모두 떨어진 상태였다.

이 정도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보통 저체온증으로 신체 기능이 저하되면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며, 체온이 28℃ 아래로 떨어지면 생명이 위태롭게 된다.

박혜재 씨는 30일 0시 전후까지 낙오된 박인신 씨의 곁을 지키다 그의 호흡이 멈춘 것을 확인한 뒤 발길을 옮겨 근처 산장으로 피신했다고 총영사관 관계자 등에게 진술했다.

나머지 생존자 일부는 박인신씨 일행이 뒤쳐지자 이들을 차마 두고 갈 수 없어서 산 중턱에서 기다리다가 상당 시간을 지체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 이상 지체하다가는 생명이 위험에 처할 상황이 되자 어렵게 발걸음을 옮겼다고 한다.

무사히 산을 내려온 생존자들은 30일 나가노현 고마가네(駒ヶ根)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조난 경위 등을 묻는 취재진에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손사레를 쳤다.

등산객 일행은 현지 등산로의 표지판에 방향만 나와 있을 뿐 산장이나 무인 대피소까지의 거리가 표시돼 있지 않아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환자들은 “산장 등까지의 거리를 가늠할 수 있다면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등의 판단을 빨리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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