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배고픔 속에 낙오자 13시간 돌봤지만…”

“추위·배고픔 속에 낙오자 13시간 돌봤지만…”

입력 2013-07-31 00:00
업데이트 2013-07-3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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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환 박혜재씨 조난 상황 증언

“밤새 곁을 지켰지만…”

일본 나가노(長野)현 중앙알프스 등반사고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 돌아온 박혜재(62)씨는 처절했던 당시 상황을 회고하면서 자신이 위험을 무릅쓰고 돌봤던 동료 등반객 박인신(70)씨가 사망한데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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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일본 알프스 조난사고 생환자
인터뷰하는 일본 알프스 조난사고 생환자 29∼30일 일본 나가노(長野)현 중앙알프스 등반사고때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 돌아온 박혜재(62·사진)씨는 31일 인터뷰에서 처절했던 당시 상황을 회고하면서 자신이 위험을 무릅쓰고 돌봤던 동료 등반객 박인신(70)씨가 사망한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연합뉴스


31일 귀국을 앞두고 나가노현 고마가네시의 숙소에서 인터뷰에 응한 박씨는 지난 29일 오후 4시께 호켄다케(寶劍岳·2천931m)로 향하던 도중 낙오된 박인신씨를 발견한 이후 이튿날 새벽 5시까지 고인의 곁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원정산행에 나선 20명의 리더 격인 박혜재씨는 조난 당일인 29일 박인신씨와 다른 1명 등 낙오자 2명을 발견했을 때 박씨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는 박인신씨의 젖은 옷을 벗긴 뒤 겨울옷과 점퍼를 입힌 다음 우황청심환과 꿀, 초콜릿 등을 먹였더니 약 20분후 의식이 돌아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박인신씨는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박혜재씨는 구조대가 올때까지 기다릴 생각으로 박인신씨를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긴 뒤 그의 곁을 지켰다고 전했다. 당시 기온 10℃ 정도에 강한 비바람까지 겹친데다 준비해간 음식도 거의 다 떨어진 상황이었기에 본인도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그는 도중에 만난 일본인 등산객에게 구조요청을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악천후와 어둠 때문인지 구조대는 올라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결국 박혜재씨는 30일 오전 5시께 홀로 이동, 약 30분 만에 근처 산장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직접 구조대를 부를 요량이었다고 한다.

박혜재씨는 자신이 이동할 당시만 해도 박인신씨의 호흡이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전날 사고수습 담당자들을 통해서는 박혜재씨가 박인신씨의 사망을 확인한 뒤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인터뷰에서는 고인에게 숨이 붙어있는 상태에서 이동했지만 나중에 구조대가 찾아갔을 때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박혜재씨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박인신씨의 목숨을 구할 수 없었음을 안타까워 하면서 자신이 생환한데 대해 “아직 나는 죽을 때가 되지 않은 모양”이라고 힘없이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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