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천안 서북구 성환읍 유기견 보호소 ‘반송원’이 전날 발생한 화재로 아수라장이 돼 있다. 연합뉴스
26일 충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2시 50분쯤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유기동물 보호소 ‘반송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허경섭(70) 소장은 아들의 이사를 도와주러 자리를 비워 허 소장의 부인만 보호소에 있던 상황이었다.
낮잠을 자고 일어난 허 소장의 부인이 전기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 이상해 밖으로 나가보니 보호소 컨테이너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유기견 130마리와 유기 고양이 20마리가 있었다.
허 소장의 부인은 한 마리라도 살리려고 불이 난 현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철창을 열어 강아지와 고양이들에게 “도망가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강아지들은 케이지에서 도망칠 줄 몰랐고, 그대로 불길에 휩싸이고 말았다.
불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소방대원에 의해 2시간여만에 꺼졌지만, 유기동물 150마리 가운데 120마리가 연기에 질식하거나 타 죽고 말았다.
불이 난 지 하루가 지난 26일 오전 반송원은 화염에 비닐하우스 철골이 다 녹아내렸고 강아지와 고양이 사체가 여기저기 널려 있어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며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자식처럼 돌봤던 동물 120마리가 하루아침에 죽어버려 허 소장 부부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이들은 슬픔에 빠질 새도 없이 당장 무너진 하우스를 복구하고, 120여마리의 사체를 처리해야 한다.
불이 나서 다친 강아지와 고양이의 치료도 시급하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부상이 더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이 좋지 않은 노부부 둘이서 이 모든 것을 다 해내기는 역부족이다. 낮 기온이 크게 올라간데다 땅을 임대해 쓰고 있는 터라 사체 처리가 급선무지만 도움을 청할 곳도 마땅치 않다.
허 소장은 “읍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예산도 없고,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라 도와줄 만한 근거가 없다고 하더라”며 “슬픈 마음을 추스르지도 못하고 부부 둘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