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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44중 추돌사고’ 뒤 “멈춰” 외쳐 더 큰 참사 막았다

악몽의 ‘44중 추돌사고’ 뒤 “멈춰” 외쳐 더 큰 참사 막았다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23-01-22 16:48
업데이트 2023-01-2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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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성이 지난 15일 포천구리고속도로에서 44중 추돌사고가 발생한 시간 경찰이 도착하기 전 달리는 차들을 정지시켜 초대형 참사를 막았다. 견인차 기사 A씨 제공
50대 남성이 지난 15일 포천구리고속도로에서 44중 추돌사고가 발생한 시간 경찰이 도착하기 전 달리는 차들을 정지시켜 초대형 참사를 막았다. 견인차 기사 A씨 제공
블랙아이스 추돌사고 당한 뒤
터널 향해 달리며 “멈춰!” 수신호
44중 추돌사고 후 50여대 멈춰 서


경기 포천시 구리포천고속도로에서 발생한 44중 추돌사고가 더 큰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가 한 남성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피해를 줄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부상을 입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지만, 그의 노력으로 추가적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2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9시 10분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동네 선후배인 안재영(57)씨와 이노성(42)씨는 쏘렌토 차량을 몰고 구리포천고속도로의 축석령 터널을 빠져나가다 블랙아이스에 미끄러지며 추돌사고를 당했다. 안씨의 차량은 앞 차량 2대와 충돌한 다음에 겨우 멈춰설 수 있었다.

안씨와 이씨가 차량을 빠져나와 보니 이미 앞쪽에 5대의 차량이 추돌사고로 멈춰 서 있었다고 한다. 안씨는 차에서 내린 뒤 블랙아이스를 디디다 미끄러져 넘어졌다. 블랙박스에 촬영된 모습을 보면, 그는 차량 추돌과 미끄러짐 사고로 다리를 살짝 저는 모습으로 움직인다.

●다리 절면서도 터널 향해 ‘전력질주’
안씨는 이후 고속도로 중앙 가드레일 밖의 풀숲을 헤치며 터널쪽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갓길은 미끄러워 또 넘어질까봐 눈이 덮인 풀을 밟고 전속력으로 터널을 향해 달린 것. 초등학교 시절 전국소년체전 100m 은메달리스트였다는 그는 사고 지점에서 터널까지 1㎞ 거리를 단숨에 달린 뒤 터널 앞 30m 지점에서 손을 흔들며 “안돼! 안돼! 스톱!”을 거듭 외쳤다. 당시 상황은 안씨가 112에 신고한 뒤 전화 끊는 것을 깜빡하는 바람에 그대로 녹음됐다.

그가 사고지점에서 터널까지 올라오는 중에도 차량 수십대가 미끄러지며 추돌사고가 이어졌다. 그러나 그가 전력을 다해 차량 통행을 제지하면서 이상하게 느낀 사람들이 속도를 늦추면서 추돌사고가 멈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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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영(오른쪽)씨는 지난 15일 구리포천고속도로에서 44중 추돌사고가 발생하던 시간 고속도로로 뛰어들어 지나는 차들을 막아 더 큰 참사를 방지했다. 안씨와 이노성(왼쪽)씨가 지난 20일 사고 현장을 다시 찾았다. 안재영씨 제공.
안재영(오른쪽)씨는 지난 15일 구리포천고속도로에서 44중 추돌사고가 발생하던 시간 고속도로로 뛰어들어 지나는 차들을 막아 더 큰 참사를 방지했다. 안씨와 이노성(왼쪽)씨가 지난 20일 사고 현장을 다시 찾았다. 안재영씨 제공.
그는 이렇게 10분 정도 도로에 서서 50여대의 차들에 신호를 보냈는데, 이들 차량은 속도를 줄여 안전하게 정차했다. 안씨 덕에 추돌사고를 피한 50여대의 차량은 1, 3차로와 갓길에 수백m 거리로 늘어서 있었으며, 뒤에서 오던 다른 차들도 정차한 차량 행렬들을 보고 축석령터널 안에서 모두 안전하게 멈췄던 것으로 나타났다. 안씨의 활약으로 더 큰 초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차량 통제하지 않았다면 추돌 피할 수 없을 것”
당시 사고 현장에 도착했던 견인차 기사 A씨는 연합뉴스에 “차 사고로 현장이 엉망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1, 3차로와 갓길에 50여대의 차량이 줄지어 멀쩡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고속도로의 제한속도가 시속 100㎞인데다 터널을 나오면 내리막길이어서 (안씨가) 차량을 통제하지 않았다면 모두 추돌사고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목숨을 걸었다고 본다. 그분이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온전한 차들이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씨는 “평소 불의를 못 참는 성격인데 누군가는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나서야 한다 생각하고 그냥 달려 나갔다. 특히 사람이 많이 탄 버스를 막아 큰 인명 피해를 막은 것 같다. 평생 기억에 남을 거 같으며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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