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뜻 모르면 가족·병원이 연명의료 중단 논란

환자뜻 모르면 가족·병원이 연명의료 중단 논란

입력 2013-07-31 00:00
업데이트 2013-07-3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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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생명윤리위도 “환자 의사 추정 절차 보완 필요”

환자가 의식불명 상태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 과연 가족과 병원만 합의하면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는 것일까.

바로 이 문제가 31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정부에 제출한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권고’ 내용 가운데 앞으로 가장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권고안에 따르면 환자가 의사로부터 자신의 병세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얻고 의사와 함께 이른바 연명의료계획서(POLST)를 작성하면 이는 당연히 환자의 ‘명시적 의사’로 여긴다. 따라서 계획서에서 환자가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 투여 등 전문적인 의학 지식과 기술, 장비가 필요한 특수연명의료를 거부했다면 의료진도 이를 따를 수 있다.

평소에 환자가 스스로 작성해 둔 ‘사전의료의향서(AD)’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분명한 환자의 의사·의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연명 의료 중단에 큰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연명 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불가피하게 추정해서 간접적으로 확인해야 하거나 아예 의사를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다.

위원회는 환자가 평소 소신이나 행동, 말로라도 연명 의료 중단에 대한 의사를 가족들에게 전달했고, 환자가 의식불명인 상태에서 두 명 이상의 가족이 이 사실을 진술한다면 두 명 이상의 의사가 이를 확인하고 나서 그 내용을 ‘환자의 의사’로 간주하는 방식을 권했다.

더 애매한 상황은 환자가 평소에 연명 의료 관련 입장을 전혀 밝힌 적이 없는 경우다.

위원회는 이런 상황에서 가능한 한 ‘대리 결정’ 방법으로 ▲ 가족 전원의 합의와 의사 2인의 확인 ▲ 적법한 대리인의 결정과 의사 2인의 확인 ▲ 대리인이 없는 경우 병원윤리위원회 결정 등의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극단적으로 가족이나 친지가 나타나지 않는 무연고자에 대해서는 병원윤리위원회의 결정만으로 연명치료가 종료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환자 의사의 추정, 대리 결정 절차 등에 대해서는 지난 1~5월 연명치료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국가생명윤리심의위 특별위원회 내부에서조차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윤리심의위의 안기종 특별위원(한국환자단체연합회 상임대표)은 지난 5월 29일 열린 특별위 권고안 청문회에서 “비록 가족 전원의 진술이 일치된 경우라 하더라도 의사가 이를 환자의 의사로 추정해 인정할 수 없다”며 “단순히 가족의 진술만으로 환자 의사를 추정할 때 의료현장에서 남용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안 위원은 가족이나 해당 병원·의료진이 환자 의사를 짐작하기보다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내 설치된 연명의료결정위원회나 제3의 기구로서 연명의료위원회(가칭)가 사전의료의향서(AD)·생전 유서(Living Will), 이와 비슷한 수준의 문서·녹음·영상 등을 바탕으로 보다 객관적이고 까다롭게 추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리 결정에 대해서도 “법정대리인이나 후견인, 성년후견인 등 대리인의 의사와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만으로 연명 의료 중단 대리 결정을 허용하는 것은 환자의 진의(참뜻)를 왜곡할 위험이 크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성덕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장 역시 이날 회의 결과를 설명하며 “가족 모두가 합의해도 이를 환자 의사로 추정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는 만큼,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법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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