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영 공문서 위조, 미리 보는 ‘법정 공방’

세계수영 공문서 위조, 미리 보는 ‘법정 공방’

입력 2013-09-09 00:00
수정 2013-09-0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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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 중대성·법리 적용·공모 증거 등 쟁점 떠올라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과정의 공문서 위조 사건 수사가 유치위원회 사무총장과 실무직원 구속기소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검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유치 과정에서 ‘정부 1억 달러 지원’이라는 문구가 등장한 것은 지난해 12월 유치위가 터키 이스탄불에서 컨설팅 업체인 T사와 자문계약을 체결할 무렵이다.

김윤석(구속기소) 유치위 사무총장은 세계수영연맹(FINA)이 중시하는 대회 유산(레거시·Legacy)을 남기는 것과 관련, T사에 한가지 제의를 한다.

”대구 육상대회 이후 정부지원으로 육상진흥센터가 건립된 것처럼 광주도 정부지원을 받아 수영진흥센터를 건립하겠다”는 내용이었다.

T사는 지난 2월 7일 이런 내용을 담아 딱딱한 보증서를 서한 형태의 문안으로 작성해 실무직원 한모(6급)씨에게 메일로 보냈다.

한씨는 국내 용역업체인 M사 대표에게 지시해 원래 보증서의 국무총리·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서명을 스캔해 서한형 보증서에 갖다 붙였다.

검찰의 수사내용은 사안의 중대성 인식에서 법리적용까지 피의자 측과 뚜렷한 견해차를 보여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중대범죄”(검찰), “시정·제도개선으로 해결할 일”(변호인)

검찰은 “국무총리와 장관 서명을 도용해 정부보증서를 위조한 것은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사전에 발각되지 않았다면 국가 위신의 실추를 불러왔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사무총장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이우스는 총리 서명이 위조된 사실 자체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일련의 과정 전체를 고려할 여지도 있다고 항변했다.

지난 4월 25일 위조사실이 적발된 뒤 정상적인 문서로 교체됐고 국무총리실에서 바로 수사의뢰를 하지 않고 유치결과 발표 전까지 정부 입장표명을 보류한 것은 실무자의 단순실수로 결론 내렸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FINA가 모든 경위를 파악하고도 광주를 개최도시로 결정한 것도 고려해봄직하다고 변호인은 호소했다.

인천시가 아시안게임 유치과정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동영상을 편집·왜곡한 것과 관련해 아무런 사법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 형평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광주시 안팎에서는 나오고 있다.

◇공문서 위조죄 성립 ‘공방’

김 사무총장 측은 수사 초기부터 문제의 PDF 파일은 공문서로 볼 수 없다며 논쟁에 불을 붙였다.

지난 4월 2일 FINA에 보낸 문제의 PDF 형태 유치신청서는 이미지 파일에 불과하다는 논리에서다.

전자 문서가 공문서 위조죄의 대상이 되려면 출력을 전제로 한다.

변호인은 FINA 관계자 8명이 출력했다는 검찰 수사와 관련, “이들은 파일을 반드시 출력할 의무가 없고 필요한 부분만을 따로 적거나 출력하면 되는 상황이었다”며 “출력 여부가 확실치 않은 파일을 이메일로 보낸 것까지 공문서위조죄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한씨가 2부를 출력해 1부를 자신이 검토하고 1부를 김 사무총장에게 전달한 것도 검찰이 공범으로 판단한 이들끼리 나눠 본 것에 불과하다고 변호인은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두건의 출력 사실 외에 지난 4월 23일 100부를 출력한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검찰은 유치위 측에서 FINA 실사단에게 배포할 목적으로 위조된 유치신청서를 출력한 것으로 보고 핵심 피의사실로 지목했다.

영장 실질심사와 구속 적부심에서 법원이 모두 검찰의 손을 들어준 것도 유·무죄 결론을 예측하는 데 참고할 만하다.

◇사무총장 공모 입증은?

정부보증서 작성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조사된 한씨와 함께 기소된 김 사무총장의 지시·묵인 여부를 검찰이 법정에서 입증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김 사무총장은 한씨로부터 T사에서 서한형 보증서를 원한다는 보고를 받고 “어, 그래”라고만 답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더욱이 서명 위조에 개입한 정황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그러나 수영진흥센터 건립 지원 약속 관련 문구를 유치신청서에 반영하는 아이디어를 낸 당사자로 김 사무총장을 지목했다.

6급 직원 단독범행이라는 기존 조사결과와 달리 김 사무총장이 밀접하게 공모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김 사무총장의 변호인은 그러나 “3월 중순께 광주가 유치 도시로 결정되는 게 유력한 상황에서 30년간 공직 경험이 있는 김 사무총장이 극단적인 무리수를 둬가며 공문서에 허위내용을 기재하도록 하급자에게 지시·묵인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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