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총장후보추천위 첫 임명… 일각선 “정치검찰 회귀 우려”
채동욱 검찰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꾸려진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통해 임명된 첫 검찰총장이었다. 하지만 채 총장이 13일 중도 사퇴하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좌초될 운명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채 총장의 사퇴 과정에 청와대·여당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독자적인 검찰 개혁 행보도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지난해 9월 도입된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는 지난 1월 채동욱 당시 서울고검장 등 15명을 청와대에 추천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을 밀던 청와대는 탐탁지 않았지만 채 후보자를 지명했다.
채 총장은 지난 4월 취임 이후 전 정권이든 현 정권이든, 여든 야든 가리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며 검찰의 독립성을 확보해 나갔다. 이런 채 총장의 원칙주의가 부메랑이 돼 퇴진을 초래하는 단초가 됐다. 검찰 관계자는 “역대 어느 정권이든 집권층은 검찰을 수족으로 두려 한다”면서 “채 총장 사퇴로 검찰이 과거 ‘정치 검찰’로 회귀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원한다면 이런 식의 길들이기는 중단돼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3-09-14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