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년 역사 레슬링 구한 ‘샴푸공장 사장’

3천년 역사 레슬링 구한 ‘샴푸공장 사장’

입력 2013-09-09 00:00
업데이트 2013-09-09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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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레슬링연맹 라로비치 회장 리더십 급부상

레슬링이 2020년 하계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위기에서 국제레슬링연맹(FILA)의 지휘봉을 잡은 네나드 라로비치(55) 회장이다.

세르비아 사업가 출신인 라로비치 회장은 3천 년에 이르는 레슬링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위기를 돌파한 ‘구원자’로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 2월 하계올림픽 핵심종목 선정 과정에서 고대올림픽 종목이라는 상징성에도 레슬링을 탈락시킨 배경에는 오랫동안 FILA가 ‘불통 행보’를 펼쳤기 때문이다.

전임 라파엘 마르티네티(스위스) 회장은 2002년부터 FILA 수장에 올라 IOC의 개혁 요구를 계속 묵살했다.

자신이 심판위원장을 겸하며 각종 국제대회에서 미심쩍은 판정에 관여하는 등 레슬링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주범으로도 꼽혔다.

결국, IOC가 레슬링에 ‘철퇴’를 가하자 곧바로 이사회를 소집한 세계 레슬링인들은 나흘 만에 마르티네티 회장을 퇴진시키고 새 리더로 라로비치 회장을 추대했다.

의외의 결정이었다.

거대한 체구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달리 라로비치 회장은 직접 레슬링 매트에 서 본 일이 없는 비경기인 출신이기 때문이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여행사와 식당, 테니스 클럽, 샴푸 공장 등을 운영하며 사업가로 수완을 보였다.

그는 1990년대 초반 아들이 지역 클럽에서 레슬링을 하면서 이 종목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유고슬라비아의 분열로 말미암아 세르비아 스포츠는 붕괴 직전의 위기였다.

마침 아들의 레슬링 코치는 라로비치 회장의 어린 시절 친구였다.

그는 친구의 부탁으로 세르비아 협회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레슬링계에 발을 들였다.

2006년 FILA 이사회에도 진입했지만, 그는 올해 2월 IOC의 발표가 나기 직전까지 은퇴해 뱃놀이나 즐기려는 노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레슬링계에 몰아닥친 격랑이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그가 지휘봉을 잡자마자 FILA는 바쁘게 움직였다.

3개월 만에 경기 방식을 뒤엎었고, 조직을 개편해 개혁 의지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국제사회의 앙숙’ 이란과 미국, 러시아의 선수들이 처음으로 미국에서 레슬링 경기를 벌였고 종목의 뿌리인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경기를 여는 등 많은 이들의 눈길을 잡아끌 만한 이벤트들이 이어졌다.

숨 가쁘게 진행된 일련의 노력은 돌아선 IOC의 마음을 되돌리기에 충분했다.

레슬링이 기사회생하면서 라로비치 회장의 리더십도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레슬링의 쉴 틈 없는 개혁 작업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라로비치 회장은 9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도 질의응답 시간 내내 “우리는 계속 개혁하고 레슬링을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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