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1만명 등 시위대 ‘사법 개혁’ 요구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전 대통령과 측근들에 대한 법원의 1심 재판 결과에 항의하는 이집트인들이 2일(현지시간) 밤 카이로를 비롯한 주요 지역 도심으로 몰려나왔다.이들은 특히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 고위 관계자 6명이 살인 혐의를 벗은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지난해 민중 봉기 과정에서 해방구 역할을 했던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는 재판이 끝나자마자 삼삼오오 시민들이 운집해 시위대 규모가 한때 1만명에 달했다.
이들은 광장 바닥에 앉아 이집트 국기와 플래카드 등을 흔들며 ‘군부 통치 타도’, ‘사법개혁’ 등의 구호를 외쳐댔다.
지난해 1월 28일 봉기 당시 아들을 잃었다는 라마단 아흐메드는 “정의는 죽었다”면서 “엉터리 재판이고 코미디”라고 비난했다.
시민들은 “우리는 살인자들에 대한 처형을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재판이 진행된 카이로 외곽 경찰학교 안팎에는 7천여명의 군인과 경찰이 배치된 가운데 무바라크 지지자와 반대 세력이 돌을 던지고 몸싸움을 벌여 수십여명이 다쳤다.
항의 시위는 이집트 제2의 도시인 알렉산드리아와 수에즈, 만수라에서도 진행됐다.
지중해에 접해있는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수천명이 모여 재판 결과에 항의했고 운하 도시인 이스마일에 1천500여명, 수에즈에 2천여명의 시민이 사법부 쇄신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집트 최대 이슬람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은 16~17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 나서는 모하메드 무르시 후보의 선거운동본부 명의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확실한 증거를 바탕으로 재판을 다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무슬림형제단은 특히 법원이 경찰 고위간부 6명의 유혈 진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해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BBC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하비브 알 아들리 전 내무장관 이외에 시위를 유혈 진압한 6명의 경찰 지도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데 대해 시민들은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무바라크와 하비브에게 유혈 진압 혐의를 적용해 법정최고형인 25년형을 선고했으나 경찰 고위간부 6명의 유혈 진압 혐의와 무바라크 및 그의 두 아들의 부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보안 관계자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수감 장소인 카이로 교도소의 병동으로 향하던중 ‘건강상의 위기’를 겪었다고 밝혔다.
한 현지 언론은 심장마비라고 전했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보안 관계자는 “무바라크가 선고에 항의하며 울부짖었고 교도소 병동에 도착한뒤 헬기에서 내리기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무바라크는 그동안 머물러온 호화스런 군 병원으로 데려다 달라며 요구했고 이로인해 무바라크는 헬기가 도착한뒤 2시간이나 지나서야 병동으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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