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유로존 경제 ‘마중물’ 필요…전면적 양적완화 필연

속타는 유로존 경제 ‘마중물’ 필요…전면적 양적완화 필연

입력 2015-01-22 23:09
업데이트 2015-01-2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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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의 전면적 양적완화 시행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상황인식이 가져온 필연으로 보인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미 작년 6월부터 시중 유동성을 늘리려고 금리를 내리는 동시에 자산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정책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의도대로 유동성이 확대되지 않은 데다 초저유가 상황이 겹쳐 인플레율 제고에도 어려움을 겪자 결국 미국·일본식의 양적완화 행로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어두운 지표들’마중물’이 필요했다

지표가 드러내는 유로 경제는 최악이다. 최대 경제국 독일 정도만 예외이다.

가장 최근 통계인 작년 12월 현재 유로존 인플레율은 -0.2%다. 주요 경제국과 관심국을 보면 독일 0.1%, 프랑스 0.1%, 이탈리아 -0.1%, 스페인 -1.1%, 그리스 -2.5%이다. 이미 디플레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 6개월 새 60%가량 급락한 초저유가 영향도 컸다. 유가는 지난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46.39달러였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3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48.19달러에서 움직였고, 브렌트유는 47.78달러까지 밀리기도 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은 악화일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작년 10월 1.4%로 잡았던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낮췄다. 앞서 세계은행도 작년 6월 1.8%로 예측한 올해 성장률을 무려 0.7%포인트 떨어뜨린 1.1%로 조정했다.

실업률은 참담하다. 역시 가장 최근 통계인 작년 11월 기준으로 유로존 평균은 11.5%다.

독일 5.0%만 빼고 프랑스 10.3%, 이탈리아 13.4%, 스페인 23.9% 등 주요국들이 모두 두자릿수다. 유로존 탈퇴 논란까지 일으킨 그리스는 25.7%(작년 9월)였다.

청년 실업률은 암담하다. 지난해 11월 기준 유로존은 평균 21.9%를 기록했다. 독일 7.4%, 오스트리아 9.4%, 네덜란드 9.7% 정도만 한자릿수다. 스페인 53.5%, 그리스 49.8%(작년 9월), 크로아티아 45.5%(작년 3분기), 이탈리아 43.9% 등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가 내려가는 게 디플레다. 적정선에서 관리돼야 할 물가 수준이 지나치게 낮으면 생산과 투자가 일어나지 않고 고용과 구매력이 꺾이면서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경제논리다.

ECB가 적정선으로 보는 인플레율은 2%를 약간 밑도는 수준이다. 그런데 유로존의 인플레율은 마이너스를 보이며 디플레 처지로 내몰렸다. ECB가 다급해진 이유다.

통화정책의 전통적 수단인 금리 조정은 기준금리를 0.05%로까지 내렸으니 더 이상 내릴 여지도 별로 없다. 비전통적 수단, 그것도 국채 매입을 통한 전면적 양적완화로 가게 된 배경이다.

돈을 풀어 인플레율을 적정선으로 끌어올려 관리하고, 이를 통해 생산과 투자를 활성화시켜 고용과 구매력을 키우면서 성장을 지탱한다는 복안이다.

◇ 그동안 푼다고 풀었지만…부족했다

작년 6월 기준금리를 0.25%에서 0.15%로 낮추고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시행과 자산유동화증권(ABS) 매입 준비를 발표하면서부터 ECB의 양적완화는 시동을 걸었다.

내쳐 작년 9월 기준금리를 0.05%로 낮추고 커버드본드 매입 프로그램도 발표했다. 커버드본드는 부동산 담보 대출 등 금융회사가 보유한 우량 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 흐름을 유동화한 채권이다.

은행들에 용처 지정을 전제로 싼 이자로 큰 돈을 빌려주는 TLTRO는 지난해 9월 첫 입찰에서 826억 유로가 대출됐다. 이어 작년 12월 2차 입찰에서 1천298억 유로가 또 나갔다. 두 차례 합쳐 2천124억 유로가 풀린 것이다. 내년 6월까지 여섯 차례 입찰이 남아 있다.

커버드본드는 작년 10월 넷째 주 17억 유로 매입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331억 유로 어치를 사들였다. ABS도 최근까지 21억 유로가량을 매입했다. 따라서 두 자산 매입 합계는 352억 유로다.

앞서 크레디트스위스는 ECB가 매입할 수 있는 ABS, 커버드본드 시장 규모를 1천400억 유로로 분석했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추이로 보면 분석의 정확성을 자신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ECB가 시중에 푼 돈은 TLTRO 2천124억 유로, ABS·커버드본드 매입 331억 유로를 합쳐 2천455억 유로다. 여기에 매입설이 나도는 회사채 매입 최대 가능액 1천억 유로를 합쳐봐야 3천455억 유로가 공급된 셈이다.

그러나 이미 대출된 자금 중 만기가 닥쳐 내달 회수되는 금액이 2천570억 유로다. 그러니 내달 기준으로 풀린 돈과 들어올 돈을 셈하면 오히려 446억 유로의 유동성이 회수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회사채 매입 가능액 1천억 유로를 포함시켜 계산해도 유동성 공급분은 885억 유로에 지나지 않는다.

드라기 총재는 작년 9월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결정적인 정보를 흘렸다. ECB의 ABS, 커버드본드 매입 계획의 영향을 거론하며 ECB의 대차대조표를 2012년 수준으로 되돌려놓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2012년 대차대조표 자산은 지금보다 1조 유로 더 많았다는 점에서 1조 유로의 자금을 시중에 풀겠다는 뜻으로 즉각 해석됐다.

따라서 드라기가 목표한 1조 유로에 견줘 지금까지 풀린 돈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드라기 로드맵으로 보면 전면적 양적완화는 필연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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