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공식 사과…과거사 논란 어떻게 될까

박근혜 공식 사과…과거사 논란 어떻게 될까

입력 2012-09-24 00:00
수정 2012-09-2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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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딸’ 아닌 ‘대통령 후보’로서 역사인식 좌표설정 국민대통합위원회 구성ㆍ대통합 행보가 여론 좌우할 듯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4일 5ㆍ16과 유신, 인혁당 사건에 대해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변화된 입장을 내놓으면서 과거사에 발목이 잡힌 어려운 국면을 타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버지께서 후일 비난과 비판을 받을 것을 아셨지만 국민을 잘살게 하고야 말겠다는 간절한 목표와 고뇌가 진심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할 민주주의 가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5ㆍ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그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저의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사과에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된 과거사 논란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대통합 행보를 통해 기존과는 다른 자신의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확인시킴으로써 대선가도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지금까지 박 후보는 5ㆍ16군사쿠데타에 대해 “구국의 결단”(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2012년 7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이라고 정의했고, 유신에 대해서도 지난 7월 “지금도 찬반논란이 있으니 국민과 역사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는 지난 10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나.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답을 제가 한 적이 있다”고 밝혀 여론의 호된 비판을 샀다.

하지만 박 후보는 이날 부친 집권시대의 ‘어두웠던 역사’가 헌정질서의 파괴임을 인정하면서 통크게 사과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박정희의 딸’로서 접근해온 기존의 역사인식을 전면 수정하고 대선후보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며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상, 이 부분에 대해 보다 냉정하고 국민과 공감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박 후보가 지금까지 해왔던 사과의 진정성을 재확인하는 한편으로 부친 집권시절에 대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며 정치적 평가를 했고, 국민대통합을 위한 의지를 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후보가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서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한 것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대통합위원회의 운용 여부에 따라 사과의 진정성 여부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이 갈리면서 민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캠프측은 제대로 된 인선을 통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가 과거사에 대해 이처럼 ‘전향적 입장’을 피력함에 따라 일단 대선가도에서 가장 큰 부담은 덜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40% 초반까지 지지율이 하락한 데에는 측근비리 의혹 등도 영향을 미쳤지만 박 후보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세간의 비판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기 때문이다.

박 후보의 입장 변화에 대한 당 안팎의 평가도 일단은 긍정적이다.

측근인 이정현 공보단장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8년간 옆에서 모시면서 사적이든, 공적이든 이런 수위의 발언은 처음”이라며 “오늘은 가슴으로 말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친이(친이명박) 직계 출신인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예상보다는 언급 수위가 높았고 기대수준에는 일치했다”고 말했다.

또 “선친과 관련된 부분이라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고, 박 후보의 고정 지지층을 생각하면 전체적으로 손해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런 점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서 역사를 바라보려고 했다는 점에서 잘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역시 친이계 출신인 같은 당 김용태 의원도 “얼마나 어려운 결정이겠느냐.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면서 “과거사 인식 문제를 언급했으니 이제는 당내 문제에서 정몽준ㆍ이재오 의원, 김무성 전 의원 등의 문제에서 통큰 결단을 내려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는 국민대 무인차량로봇 연구센터를 방문하는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정말 필요한 일을 했다”며 “과거의 고통스런 역사에서 배워 이제는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우상호 공보단장도 기자들과 만나 “늦었지만 변화된 인식을 보여주신 점에 대해서는 평가할 만하다. 환영한다”고 공감했다.

다만 박 후보의 공식 사과를 계기로 과거사 논란이 일단락될지는 불투명하다.

야권의 시각은 대선가도에서 과거사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또 박 후보가 앞으로 자신이 말한 ‘사과’에 부응하는 조치를 어떻게 취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실제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은 “5ㆍ16과 유신은 현재진행형 사건으로, 유신의 경우 긴급조치 위반 사건들에 대한 재심판결이 줄줄이 제기되고 있다”며 “5ㆍ16과 유신헌법 체제에 대한 법률적 종결을 국회에서 하는 등 더욱 구체적인 조치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공보단장도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필요하다”면서 “필요하다면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국가적 사과까지도 있어야 한다는 게 문 후보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5ㆍ16과 유신 등에 대한 역사적 성격 규정을 국회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구제 조치를 강하게 요구한다면 대선 막판까지 논란이 계속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박 후보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어떤 조치를 내놓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김용태 의원은 “대선 전에 이를 설치하는 것보다는 집권 후의 분명한 대국민약속처럼 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진실화해위원회’를 만들어서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과거사로 고통받은 분들의 진실을 규명하고 화해하는 쪽으로 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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