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수사] 국정원, 수원 공중전화 1년여 감청… ‘RO·北 커넥션’ 전모 파악

[이석기 수사] 국정원, 수원 공중전화 1년여 감청… ‘RO·北 커넥션’ 전모 파악

입력 2013-09-09 00:00
업데이트 2013-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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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나는 RO·北 연계 정황

이석기(51) 통합진보당 의원이 총책인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의 핵심 조직원들이 북한 측과 연계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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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수사를 통해 RO와 북한 측 인사의 접촉 방법 및 매개자, RO와 북한 측 인사가 주고받은 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향후 RO가 북한의 지령을 받은 반국가단체로 규정될지가 수사의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8일 공안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구속된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과 홍순석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 RO 핵심 조직원들은 북한 측과의 교신 수단으로 수원 지역의 ‘공중전화’를 주로 사용했다.

국정원은 RO 내부 협력자의 진술과 이 고문, 홍 부위원장 등에 대한 밀착 감시를 통해 이들이 공중전화를 수시로 이용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법원으로부터 감청영장을 발부받아 지난해부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과 권선구 권선동 등 특정 지역 공중전화들을 감청해 왔다.

국정원은 감청을 통해 이 고문과 홍 부위원장이 ▲미국에 거주하는 재미교포와 연락하며 RO 활동 내용, 국내 동향 등을 얘기한 점 ▲재미교포가 북한 당국자로 추정되는 중국 측 인사와 주고받은 통화 내용을 이 고문 등에게 전달한 사실 등을 파악했다.

RO가 공중전화와 이메일을 등을 통해 ‘RO→재미교포→중국 측 인사→북한 측 인사’ 등으로 우회적으로 북한과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게 국정원의 판단이다. 국정원은 현재 RO의 대북 커넥션을 파헤치기 위해 RO 조직원과 재미교포, 중국 측 인사의 활동 및 공중전화 통화 내용 등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

국정원은 RO 조직원들이 사용한, 미국에 서버를 둔 구글의 지메일 계정 30~40개도 찾아냈다. RO 조직원은 이메일을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북측에서 잠수함, 전투기, 탱크 등 육·해·공 전력이 내려올 텐데, 이에 대비해 우리들은 남한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등의 내용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 당국 관계자는 “지메일은 감청이 불가능하지만 RO 조직원이 사용한 다른 이메일 내용들은 모두 감청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공중전화 감청 내용 등을 토대로 수사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4월 총선 전에 국정원 경기지부 인력을 대거 확충했다. 국정원 경기지부 인력은 경기동부, 경기남부, 경기중서부, 경기북부 등 RO의 권역별 조직원들을 밀착 감시했다.

국정원은 이 의원 의원실 압수수색을 방해한 진보당 관계자 27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이날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일단 신원 파악이 된 관계자들만 수사의뢰했다”면서 “이 의원 구인 때 이를 방해한 관계자들도 같은 혐의로 처벌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지난달 28일 이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려 했지만 진보당 관계자들이 막아 압수수색을 다음 날로 미뤄야 했다. 대검은 수사의뢰 내용 검토 뒤 이르면 9일 배당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국정원은 또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 RO 비밀회합에 참석한 130여명의 조직원 중 80여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이들을 차례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진보당 김재연·김미희 의원도 RO 모임에 참석한 사실을 확인하고 적절한 시점에 소환 조사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한편 공안 당국은 구속 중인 이 의원에게 형법상 ‘여적죄’(與敵罪)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 93조(여적)는 ‘적국과 합세해 대한민국에 항적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적죄는 내란죄와 함께 형법상 가장 엄하게 처벌하는 외환죄 중 하나다. 대법원은 “북한은 우리 헌법상 반국가단체로, 국가로 볼 수 없지만 간첩죄 등의 적용에 있어서는 국가에 준해 취급해야 한다”는 1983년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와 공안 당국 내에서는 여적 내지 여적 음모가 한국전쟁 이후 구축된 판례가 거의 없을 정도로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어서 적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3-09-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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