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사이버사령부 중간 수사 결과… 풀리지 않은 3대 의혹

軍, 사이버사령부 중간 수사 결과… 풀리지 않은 3대 의혹

입력 2013-12-20 00:00
업데이트 2013-12-2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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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령급 1명이 윗선 보고없이 정치글 작성 주도 ‘상식 밖’

국방부 조사본부가 19일 사이버사령부 ‘정치 글’ 의혹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의혹만 부풀려 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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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본부는 정식 수사 59일 동안 1만 5000여건의 정치 글 작성 및 게시와 조직적인 삭제 정황을 확인하고도 “대선 개입은 없었다”는 자의적인 결론을 내렸다. 중령급에 해당하는 3급(부이사관) 군무원인 이모 사이버심리전단장이 ‘윗선’에 보고 없이 정치 글 작성을 주도했다는 발표 또한 명령과 위계를 중시하는 군 조직을 감안하면 상식 밖이란 지적이 있다. 30여명의 요원이 정치 글을 올린 것을 확인하고도 11명만 형사입건해 ‘축소 수사’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백낙종 조사본부장(육군 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단장은 북한이 대선에 개입한다든지 남한 환경에 개입한다는 첩보가 있으니 대남 심리전 대응 작전을 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표현도 주저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하라는 차원에서 ‘대응 작전 중 정치적 표현도 주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 글 작성이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확인하고도 군 당국은 대선 개입에 대해서는 애써 부정했다.

정치 글 작성의 배후와 관련, ‘꼬리 자르기’ 의혹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백 소장은 “이 단장은 누구에게 지시받고 대응 작전을 한 것은 없다고 명확하게 수차례 확인했고 진술했다”면서 “심리전 전문가인 단장이 계획하고 결심해서 바로 대응 지침을 실시간으로 주고 작전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전 결과는 사령관에게 보고했다”면서도 “사령관들은 보고를 받을 때 일반적으로 업무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정치 관여란 의식을 못 한 채 간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어설픈 해명을 내놓았다.

조사본부는 지난해 사이버사령관을 지낸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육군 소장)의 통화 내역과 이메일 등을 압수수색하고도 정작 사무실은 손도 대지 않아 애초부터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청와대와 국방부 장관은 사이버심리전을 지시하거나 관련 보고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11명만 형사입건한 기준도 의문이다. 백 소장은 “횟수, 내용 등을 고려해 50건 이상의 정치 관련 글을 올린 10명을 우선 형사입건했다”고 밝혔다. 트위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의 활동 기록인 ‘빅데이터’ 자료 복원이 완료되면 심리전단 요원의 추가 기소도 가능하다는 것이 조사본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 10월 22일 이후 70~80명에 이르는 요원을 조사하고 30여명의 정치 글 작성을 확인하고도 11명만 입건한 까닭에 대해서는 이해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앞으로 빅데이터 복원을 통한 조사본부의 추가 수사 및 군 검찰의 보강 수사는 계속된다. 하지만 뒤늦게 수사에 착수해 이미 증거가 상당 부분 사라져 버린 터라 수사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특검 수사 도입을 놓고 여야 간 정쟁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3-12-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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