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승절, 미중+남북일러 ‘협력과 견제’ 외교 게임
박근혜 대통령의 다음달 3일 중국 항일승전 기념행사 참석 결단으로 동북아 외교전선이 출렁되고 있다.중국의 항일승전 기념행사 무대를 시작으로 중국은 물론, 남북, 미국, 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 주변국들의 하반기 외교전이 본격 점화된 것이다.
박 대통령이 20일 고심 끝에 참석을 결정한 것은 동북아 외교전에 선제적, 주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지난 5월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정무특보인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을 대신 참석시킨 것과도 대비된다.
박 대통령은 항일승전 기념행사 참석을 시작으로 중국은 물론, 미국, 일본과의 고차원 외교방정식을 풀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과 균형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역내 패권싸움을 벌이는 미국은 군사적 힘을 과시하는 열병식이 포함된 중국의 항일승전 기념행사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 때문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기념행사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 측의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는 물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참석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불참시 중일관계 진전 등에 외교적 고립 우려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정부의 고민이 일단 항일승전 기념식에는 참석하고, 열병식 참석 여부에 대한 결정은 뒤로 미루는 형태로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동맹과 한중관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박 대통령의 열병식 불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최근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지뢰도발을 일으킨 북한의 도발 행보, 북핵 문제 등에 대한 협력과 공조가 이뤄질 전망이다.
또 지난 3월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조기 개최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가 진전될 수 있다.
의장국인 우리 정부는 10~11월께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방안을 추진 중인 것을 알려졌으며, 일본 마이니치 신문도 이날 한국이 오는 10월 한중일 정상회담을 한국에서 개최하는 안에 대해 중국과 일본의 의향을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항일승전 기념행사 계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참석 여부도 여전히 관심거리다.
아베 총리는 패전국 총리로서 중국의 열병식에는 참석하지 않고 나머지 행사에 참석하는 방식 등으로 중국 방문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총리가 방중하면 지난 14일 전후 70주년 담화(아베 담화) 이후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급물살을 타며, 이를 계기로 한 한일 정상회담 개최도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마이니치 신문은 한국 정부가 다음 달 19~20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 축제한마당’ 행사에 맞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의 방한을 제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 다른 초대손님인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참석 여부도 주목된다.
김 제1위원장의 방중 여부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들은 북중간 특별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전하고 있고, 핵문제 갈등 등으로 악화된 북중 관계를 볼 때 김 제1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리수용 외무상 급의 고위 인사 참석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측은 지난 5월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도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보냈다.
김 상임위원장이나 리 외무상 등 북한 고위급 인사의 참석시 기념행사 리셉션 등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뤄질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 이후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한 북중간 최고위급 인사의 접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회담과 이를 계기로 한 한일관계 개선 모멘텀을 발판으로 이미 오는 10월16일로 확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한미 정상화에 전에, 또는 후에 이뤄질지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한미 정상회담 즈음에는 이미 한중일 정상회담이 이뤄졌거나 일정을 확정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이 과거사 갈등으로 삐걱거리던 한일관계의 개선을 주문해오던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보다 적극적이고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북측의 지뢰도발 등 최근 행태로 볼 때 한미 정상회담 직전인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 전후로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한미 정상은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고 북핵 비핵화 노력 등 한미간 보다 확고한 대북공조를 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항일승전 기념식의 성과를 바탕으로 다음달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협력과 견제’의 틀내에서 역내 주도권 행사를 위한 미국과 치열한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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