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우울증에 공황장애 앓아…최근까지 방송출연 등 활발

오래 전부터 우울증에 공황장애 앓아…최근까지 방송출연 등 활발

이제훈 기자
입력 2019-07-17 00:30
수정 2019-07-1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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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前의원 극단적 선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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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들이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야산에서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시신을 발견해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경찰 관계자들이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야산에서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시신을 발견해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16일 숨진 정두언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은 최근까지 여러 시사 평론 방송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대외활동을 해왔다. 때문에 그의 사망 소식은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날 오후 정 전 의원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야산 공원에는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몰려든 취재진과 경찰, 시민들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공원 진입로에는 폴리스 라인이 설치됐고, 경찰 관계자들이 현장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과학수사요원의 검시를 마친 정 전 의원의 시신은 오후 6시 50분쯤 응급차에 실려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됐다.

고인의 정치적 동지인 김용태 한국당 의원은 오후 6시쯤 현장을 찾아 “지난주 통화할 때만 해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며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 전 의원이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는 사실을 알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우울증은) 정치를 하며 숙명처럼 지니는 것”이라며 “숨기지 않고 치료를 받았고, 상태가 상당히 호전돼 식당도 하고 방송도 활발히 한 것으로 안다”고 대답했다. 현장에 나와 있던 한 주민은 “지역에 좋은 일을 많이 해줬는데 안타깝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울증을 앓았던 정 전 의원은 2018년 3월 언론 인터뷰에서 20대 총선 낙선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낙선 뒤 급성 우울증이 찾아와 고통에서 피하려고 자살을 택했지만 제대도 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일각에서는 정 전 의원이 직접 운영하던 요식업이 부진해 고민이 컸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정 전 의원측 관계자는 “식당은 잘 됐다”며 “감옥에 다녀온 뒤부터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생겼다”고 했다.

3선 국회의원인 그는 20대 총선 낙선 후 시사평론가의 길을 걸었다. 이명박(MB) 정부 시절 권력 핵심에서 밀려난 뒤 친이명박계, 친박근혜계 모두와 거리를 유지했고, 트로트 가수로 4집 앨범까지 내는 등 다사다난한 정치 이력으로 인해 정계의 풍운아로 불렸다.

행정고시 24회 출신 엘리트 관료였던 정 전 의원은 2000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권유로 정계 입문했다.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정무부시장을 거쳐 2007년 17대 대선에서 이 전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당시 국회부의장, 최시중 고문, 이재오 전 의원과 함께 `핵심 4인방’으로 MB 정권의 개국 공신이 됐다. 한때 ‘왕의 남자’로 불렸으나 2008년 친이계의 권력 사유화를 지적하며 이 전 부의장의 2선 후퇴를 요구해 친이계와 사이가 틀어졌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검증과정에서는 “박근혜와 최태민의 관계를 낱낱이 밝히면 박근혜 좋아하는 분들은 밥도 못 먹게 될 것”이라는 폭로성 발언을 했다. 정 전 의원의 발언은 이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재조명받기도 했다.

2012년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0개월 형을 살았으나 2014년 최종 무죄를 받아 여의도로 복귀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친박계를 향해 직언을 쏟아냈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후 새누리당을 선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에 힘을 보탰다.

정치권은 충격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합리적 보수 평론가로서 날카로운 시각과 입담을 과시했던 그를 국민들은 잊지 못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한국당 이만희 원내대변인도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비보에 망연자실, 내일도 저와 방송이 예정돼 있었건만 말문이 막힌다”며 “절친(친한 친구)도 아니고 이념도 달랐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였다”며 영면을 빌었다.

고인의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은 오는 19일이다. 이 전 대통령은 17일 이재오 전 의원을 통해 빈소에 조문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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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19-07-1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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