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측근 강태용 중국 도주에서 검거·송환까지

조희팔 측근 강태용 중국 도주에서 검거·송환까지

입력 2015-12-16 14:49
업데이트 2015-12-1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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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원대 사기 기획하고 조씨 밀항 돕고…7년 만에 쇠고랑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 측근인 강태용(54)의 7년간 중국 도피 행각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 같다. 도피 생활은 화려했으나 결말은 쇠고랑을 차면서 초라했다.

검찰이 16일 중국에서 압송한 그는 4조원대 ‘조희팔 사기’의 기획자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조희팔이 중국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다고 발표했으나 목격설, 생존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강태용이 이른바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사건’ 해결에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강태용은 지난 10월 10일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

의료기기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낸다며 조희팔과 함께 2004∼2008년에 4만∼5만여명의 투자자를 끌어모아 4조원 가량을 가로챈 뒤 중국으로 달아난 지 7년 만이다.

사기 사건 기획자답게 중국 도주 과정도 치밀했다.

2008년 중반 조희팔 사기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고 검찰과 경찰이 수사망이 좁혀오는 것을 간파한 강태용은 그 해 9월께 2조원에 이르는 범죄 수익금을 친척, 측근을 통해 숨긴 뒤 11월 중국으로 달아났다.

단순히 몸을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희팔 밀항을 돕기 위해 먼저 중국으로 건너갔다.

중국에서 배편을 구한 그는 한 달 뒤인 같은 해 12월 9일을 ‘조희팔 밀항 D-day’로 정한 뒤 서해 공해상에서 조희팔을 데리고 가는 등 완벽한 도주 작전을 펼쳤다.

그 뒤 다롄(大連), 칭다오(靑島), 쑤저우(蘇州), 옌타이(烟台) 등에서 살며 조희팔과 골프를 하며 소일하는 등 호화로운 도피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생활도 7년 만에 막을 내렸다.

제보를 받은 한국 수사당국이 중국 공안을 통해 지난 10월 10일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 한 아파트에서 그를 체포했다.

중국 도주 못지 않게 강태용 검거 과정도 한 편의 영화를 방불케 했다.

조희팔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2011년 12월 이후 강태용과 함께 지낸 조희팔 조카가 그의 소재를 한국 수사당국에 알렸다.

두 사람은 오랜 기간 가족처럼 지낸 사이였으나 생활비 지원 등 문제로 사이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수사 당국의 통보를 받은 중국 공안은 전광석화처럼 아파트를 급습해 강태용을 덮쳤다.

체념한 듯 순순히 체포에 응한 강태용은 쌍꺼풀 수술을 한 것 말고는 7년 전 중국으로 도피할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었다.

강태용을 국내 송환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중국 공안은 강태용을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했다. 그 뒤 우시(無錫)시 공안국에 구금된 상태로 조사를 받았다.

중국 공안은 강태용이 7년간 중국에 불법 체류하며 중국 국내법을 어긴 것이 있는 지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 범죄자인데다 한국과 중국간 범죄인 인도 협정이 체결돼 있어 당초 체포 뒤 길어야 1주일이면 국내 송환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결국 강태용을 국내로 압송하기까지 2개월 넘게 걸렸다.

이 때문에 그동안 두 나라 공안 당국간에 마찰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돌았다.

무엇보다 강태용이 4조원대 사기 사건 관련 물증을 어느 수준까지 갖고 있고, 또 중국 공안이 이를 확보했는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정관계 인사 등을 상대로 한 로비 장부가 있는 지가 핵심이다.

한국과 중국 수사당국 모두 이 같은 자료 확보 여부를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강태용의 치밀한 성격으로 미뤄볼 때 로비 장부를 갖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태용이 평소 정·관계 실세에게 로비했다는 그간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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