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신대국 관계’ 시험대에 올린 스노든

美·中 ‘신대국 관계’ 시험대에 올린 스노든

입력 2013-06-12 00:00
업데이트 2013-06-1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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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신병요청에 中 대응 주목

홍콩에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개인정보 수집 프로그램 존재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신병 처리 문제가 최근 서니랜즈 정상회담을 통해 ‘신형대국 관계’ 구축을 선언한 중·미 관계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게다가 NSA가 극비리에 중국 해킹 부서를 운영해 왔다는 미 언론의 폭로가 추가되면서 파문이 확산 일로로 번지고 있다.

NSA는 스노든의 행위가 반역죄에 해당한다며 범죄 수사를 요청했고, 법무부가 수사에 착수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11일 보도했다.

또 미 정부가 홍콩 정부에 스노든에 대한 신병 요청도 추진 중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중국령인 홍콩은 1996년 미국과 범죄인 인도 협약을 맺은 만큼 추후 재판을 통해 신병 인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형식적인 절차일 뿐 사실상 중국 정부가 국가 이익에 근거해 신병 인도 요청에 응할지를 결정한다.

중국은 아직 반응을 삼가고 있다. 홍콩 명보는 이날 중국이 정보기관을 통해 스노든의 신병을 확보한 뒤 미 정보 기밀을 수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중문대 선쉬후이(沈旭暉) 교수도 “중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이중성을 부각시키며 인터넷 안전 공방에서 발언권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미 이후 중·미 간 우호 분위기가 연출되는 시점에서 스노든 사건이 양국 간 분열을 초래하는 문제로 비화하도록 두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홍콩은 인권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한 데다 중국도 홍콩인들의 정서와 대외 이미지를 고려해 스노든을 추방하면서까지 미국에 협조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의 비밀 개인정보 수집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중국 해킹 부서’를 운영해 왔다는 폭로가 이어져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0일(현지시간) NSA가 메릴랜드 포트미드 본부에 ‘맞춤접근국’(TAO)이라고 불리는 부서를 극비리에 설치, 지난 15년 동안 중국의 컴퓨터망과 통신망에 침투해 중국 내부와 관련된 고급 정보를 빼냈다고 NSA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철제 대문과 비밀번호로 통제되는 TAO 작전실은 NSA 관리들도 함부로 접근할 수 없으며 특별 기밀취급 허가를 받은 TAO 요원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명령을 받아 목표한 나라의 컴퓨터나 통신망을 해킹한 뒤 필요한 데이터를 빼내는 사이버 공격을 수행한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를 비롯해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서는 자국 정부가 NSA 감청 프로그램인 프리즘의 감청 정보를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미국의 ‘불법 정보 수집’ 의혹이 국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대변인을 통해 스노든이 망명을 신청할 경우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미국 정부가 EU 시민들의 정보를 수집한 것에 유감을 표명하며 13일로 예정된 미국과의 각료회의에서 이 문제를 정식 제기하기로 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2013-06-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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