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당대회> 김정은 사업보고…예고한 ‘휘황한 설계도’ 어디 있나

<北당대회> 김정은 사업보고…예고한 ‘휘황한 설계도’ 어디 있나

입력 2016-05-08 15:16
수정 2016-05-0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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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통일방안·경제관리개선조치 발표 없어…자신의 사상도 제시 못해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은 구체적 목표 결여…대북제재 영향 가능성

북한 관영매체들은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휘황한 설계도’가 제시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웠지만, 당 대회의 ‘백미’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당 중앙위원회 사업 총화(결산) 보고는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제시하고 ‘핵-경제 병진노선’을 재확인했을 뿐 새로운 사상이나 정책노선을 제시하지 못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제시했지만,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 대회가 개막일인 6일 북한의 라디오방송인 중앙방송은 오전 5시30분 리춘히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조선 노동당 제7차 대회는 우리 수령님들의 현명한 영도 밑에 우리 당이 혁명과 건설에서 이룩한 성과들을 긍지 높이 총화하고 우리 혁명의 최후 승리를 앞당겨 나가기 위한 휘황한 설계도를 펼쳐놓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지난달 7일 “혁명과 건설에서 이룩한 성과들을 긍지 높이 총화하고 혁명의 최후승리를 앞당겨나가기 위한 휘황한 설계도를 펼쳐놓게 될 제7차 대회가 다가오고 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김 제1위원장이 지난 6∼7일 이틀에 걸쳐 열린 당 대회 중앙위 사업 보고에서 제시한 청사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김 제1위원장은 “사회주의위업을 완성하고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기 위하여서는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여야 한다”고 밝혔다고 노동신문은 8일 밝혔다.

김일성이 주체사상, 김정일이 선군사상을 제시한 것과 달리 김 제1위원장은 ‘김정은 시대’를 관통하는 새로운 사상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김 제1위원장은 또한 “우리 당의 새로운 (핵-경제) 병진로선은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우리 혁명의 최고 리익으로부터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전략적 로선”이라고 밝혀 2013년 3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핵-경제 병진노선을 답습했다.

남북통일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 제시도 없었다.

김 제1위원장은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기어이 이룩하려는 것은 조선노동당의 확고한 결심이며 의지”라면서 “온 겨레의 의사와 요구가 집대성되어 있고 실천을 통하여 그 생활력이 확증된 조국통일 3대 헌장을 일관하게 틀어쥐고 통일의 앞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통일 3대 헌장’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제시된 조국통일 3대 원칙, 1980년 10월 제6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1993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9기 제5차 회의에서 제시된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을 가리키며, 북한은 이 용어를 지난 1997년부터 공식적으로 사용해오고 있다.

새로운 통일방안 제시 가능성을 점쳤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조국통일 3대 현장을 강조하는 것으로 봤을 때 새로운 통일방안이 제시될 가능성은 현재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서 김 제1위원장이 집권 초기 내놓은 새로운 경제조치에서 한 걸음 더 발전된 각종 개혁안이 이번 당 대회를 통해 발표될 것이라는 북한 전문가들의 예상도 빗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김 제1위원장의 결산보고에서 새로운 경제관리개선조치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제1위원장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면서 “5개년 전략의 목표는 인민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경제부문 사이 균형을 보장해 나라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제시했지만, 구체적 목표는 빠져 있다.

1980년 10월 6차 당 대회 때 당시 김일성 주석이 중앙위 사업 보고에서 전력, 석탄, 철강, 시멘트, 화학비료, 알곡, 수산물 등 세부 경제분야에서 과거 10년 동안의 성과와 앞으로 10년 동안의 과제인 ’사회주의건설 10대 전망 목표‘를 제시한 것에 비해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

이는 올해 들어 단행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탓에 경제지표상의 목표를 제시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용석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다”며 “’계획‘이라면 단계별로 목표치가 나왔을 수 있는데 ’전략'이라면 방향만 있지 세부적인 계획이 없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선 당 대회가 36년 동안 열리지 못한 비정상상태에서 자신들 스스로 정상상태라고 정당화하기 위한 사업보고라고 본다”며 “김정은도 얘기했지만 ”준엄한 시기였지만 승리의 시기였다“라고 언급했기 때문에 밖에서 볼 때는 북한이 굉장히 어려운 위기 상황인데도 체제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 승리를 했다는 관점”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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