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인민복 벗고 양복 차림…‘직책·대외정책‘ 바뀌나

김정은, 인민복 벗고 양복 차림…‘직책·대외정책‘ 바뀌나

장은석 기자
입력 2016-05-07 21:47
수정 2016-05-07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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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김일성 따라하기’ 목적의 의도적 연출 분석

“경제적 측면 여유 표현·대외정책 변화 암시” 해석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6일 개막한 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평소 입던 인민복을 벗고 양복 차림에 넥타이를 매고 나타나 그 의미와 배경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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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제7차대회에서 개회사하는 김정은
노동당 제7차대회에서 개회사하는 김정은 북한이 6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제7차 노동당대회를 개최했다고 노동신문이 7일 보도했다. 사진은 뿔테 안경을 쓰고 회색 넥타이와 검은색 줄무늬 양복차림의 김정은이 개회사를 하는 모습. 2016.5.7 연합뉴스
김 제1위원장이 양복 차림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제1위원장은 이날 짙은 남색 바탕에 세로로 줄무늬가 난 양복에 은색 넥타이를 매고 당 대회 개최 장소인 평양 4·25문화회관에 나타났다.

그동안 김 제1위원장은 조선중앙TV와 중앙통신, 노동신문이 전한 영상과 사진 속에서 대부분 짙은 색의 인민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파격적인 의상’은 눈길을 끌었다.

북한 매체가 양복과 넥타이 차림의 김 제1위원장 모습을 내보낸 것은 그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된 지난 2012년 4월 13일과 재추대된 2014년 4월 10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증명사진’ 정도다.

이에 따라 김 제1위원장이 이번 당 대회에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것은 그의 새로운 직위 추대를 암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36년 만에 개최된 이번 당 대회의 목적이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의 선포라는 점에서 김 제1위원장의 위상을 김일성·김정일 수준으로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일각에서는 그가 노동당 최고 지도기관인 중앙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 이전에 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적이 있다. 이 직책은 1966년 10월 개최된 제2차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기구가 개편되면서 폐지됐다. 현재 당 제1비서 직책을 가진 김 제1위원장이 그의 할아버지처럼 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직책에 걸맞도록 양복 차림의 ‘근엄한 모습’을 의도적으로 연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김일성 주석이 평소 양복을 즐겨 입었다는 점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여전히 강한 잔상이 남아 있는 ‘할아버지 따라하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제1위원장은 이날 양복과 함께 젊은 시절의 김 주석처럼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뿔테 안경을 착용했다.

넥타이 매듭 굵기를 가늘게 한 것도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한 것으로 김일성 주석의 ‘카리스마’를 떠올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배를 내밀고 걷는 모습도 생전 할아버지와 비슷하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북한의 대외용 월간지 ‘조선’ 5월호에 따르면 김 주석은 지난 1980년 10월 열린 6차 당 대회 때는 인민복을 입었지만, 4차 당 대회 당시에는 양복을 착용했다.

이 때문에 김 제1위원장이 2011년 집권 이후 지속해서 활용해온 김 주석의 ‘후광’을 이번 당 대회 때도 재활용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김 제1위원장의 양복이 ‘경제적 여유’를 과시하고 대외정책의 변화를 암시한다는 해석도 내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7일 “1980년대 후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에게 ‘이제는 (인민복이 아닌) 양복을 입고 편안하게 사십시오’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김정은 제1위원장의 양복과 넥타이 차림은 경제 측면에서의 여유와 자신감의 표현이면서 동시에 대외정책의 변화를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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