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자신의 회고록으로 참여정부의 2007년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기권 관련 논란이 촉발된 데 대해 “과거에 대한 소모적 정쟁으로 미래에 대한 토론이 함몰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총장으로 재직 중인 북한대학원대를 통해 24일 배포한 글에서 이같이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송 전 장관이 서면으로 배포한 회고록 논란에 대한 입장.
『저자(본인)는 ‘빙하는 움직인다’는 회고록을 쓰기 위해 개인적 기록, 국내외 인사들의 기록과 회고, 개별 인터뷰, 그 외 공개된 자료(한국과 제3국 공공기관의 발표, 언론 보도 포함)를 교차 확인하였습니다. 이런 기초 작업 위에서 핵과 통일에 관련된 남북관계와 국제적 역학관계의 상호 작용을 엮어서 미래에 대한 시사점과 교훈을 찾으려 했습니다.
과거에 대한 소모적 정쟁으로 미래에 대한 토론이 함몰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저자의 소망입니다. 회고록 중 일부가 국내 정치 논쟁의 대상이 된 점에 대한 유감을 이미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회고록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가 자신과 주변 관계자들의 기억 및 자료에 기초하여 저자가 중대한 기억의 착오를 범했다고 주장하기에 저자로서 입장을 밝힙니다.
첫째, 책의 451쪽에 11월 18일 회의에서 다른 참석자들이 “왜 이미 결정된 사항을 자꾸 문제 삼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고 기술한 것을 두고 이미 기권 방침이 결정된 것을 방증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다른 참석자들은 이처럼 이미 결정된 사안으로 넘기길 원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안의 주무장관이었던 저자가 찬성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었고, 대통령이 저자의 11월 16일 자 호소 서한을 읽고 다시 논의해 보라고 지시한 것은, 최종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11월 18일 저녁 8시 30분에 개최된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저자는 책에 기술한 대로 “내가 장관 자리에 있는 한 기권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권으로 결정하려면 주무장관을 경질 후 내려야 하는 사항입니다.
둘째, 문재인 전 대표는 저자가 안보실장이 주재한 회의를 마치 문 전 대표가 주재하여 결론을 내린 것처럼 기술했으며, 이것이 중대한 기억의 착오라고 했습니다. 당시 회의에서 백종천 안보실장은 회의 진행을 맡았고 의견조정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문재인 비서실장이 주요 발언권을 행사했습니다. 문 실장은 그해 8월부터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을 맡아 정상회담 준비는 물론 정상회담 후에도 안보 관련 일련의 주요 후속 조치에 대한 회의를 실질적으로 관장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저자가 보낸 후속 서한을 읽은 노 대통령이 다음 날 문 실장에게 외교부 장관과 다시 조정해 보라고 지시했던 것입니다.
셋째, 현재 정쟁의 발단은 2006년(2007년의 오기) 11월 20일 저녁 싱가포르 대통령 숙소에서 남북채널로 확인한 북측 반응을 백종천 안보실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이어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는 상황에 관한 것입니다. 먼저 문 전 대표가 이날 결정에 이르기까지 본인이 취한 조치에 대한 자신의 기억과 기록을 재차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만약 문 대표가 밝힌 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당시 관계자들로 하여금 11월 20일 오후부터 밤까지 서울과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논의 경과와 발언들(문 전 대표 자신의 발언과 자신에 대한 발언 포함)에 대한 기억과 기록을 다시 검토하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그 결과에 기초하여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정쟁의 종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쟁은 조속히 종결짓고,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합니다. 저자가 책에서 일관되게 주장하고 문 전 대표도 10월 23일 글에서 주장했듯이,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10년의 대북정책은 그 방향과 정책구도에서 맞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입니다. 그러나 집행 과정에서 정권의 시한에 쫓겨 서두른 점이 있었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정책의 지속성을 손상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지난 9년간은 대북정책의 구도마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고 저자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이러한 고찰을 개진하고, 현실적이고 일관된 대북정책이 수립되는 데에 기여하고자 했습니다.
저자는 책이 배포된 직후 두 차례에 걸쳐 문재인 전 대표 측 관계자들로부터 책의 이 부분에 대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들에게 저자는, 2007년 논쟁 당시 남북관계의 건전한 지속과 비핵화 및 평화체제 협상 출범의 동력을 위해서는 완화된 내용의 유엔 인권 결의에는 찬성하는 것이 맞았다고 주장한 한편, 기권을 주장한 사람들은 남북관계 진전 분위기 유지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서 양측 모두 국가를 위한 충정에서 나온 것이니 역사에 맡기고 미래로 가야 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각기 충정에서 서로 다른 정책 입장이 나온 경위를 확인하고 현재의 판단과 앞으로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맞는다고 봅니다. 저자의 이런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2016.10.24. 송민순』
연합뉴스
송 전 장관은 총장으로 재직 중인 북한대학원대를 통해 24일 배포한 글에서 이같이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송 전 장관이 서면으로 배포한 회고록 논란에 대한 입장.
『저자(본인)는 ‘빙하는 움직인다’는 회고록을 쓰기 위해 개인적 기록, 국내외 인사들의 기록과 회고, 개별 인터뷰, 그 외 공개된 자료(한국과 제3국 공공기관의 발표, 언론 보도 포함)를 교차 확인하였습니다. 이런 기초 작업 위에서 핵과 통일에 관련된 남북관계와 국제적 역학관계의 상호 작용을 엮어서 미래에 대한 시사점과 교훈을 찾으려 했습니다.
과거에 대한 소모적 정쟁으로 미래에 대한 토론이 함몰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저자의 소망입니다. 회고록 중 일부가 국내 정치 논쟁의 대상이 된 점에 대한 유감을 이미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회고록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가 자신과 주변 관계자들의 기억 및 자료에 기초하여 저자가 중대한 기억의 착오를 범했다고 주장하기에 저자로서 입장을 밝힙니다.
첫째, 책의 451쪽에 11월 18일 회의에서 다른 참석자들이 “왜 이미 결정된 사항을 자꾸 문제 삼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고 기술한 것을 두고 이미 기권 방침이 결정된 것을 방증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다른 참석자들은 이처럼 이미 결정된 사안으로 넘기길 원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안의 주무장관이었던 저자가 찬성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었고, 대통령이 저자의 11월 16일 자 호소 서한을 읽고 다시 논의해 보라고 지시한 것은, 최종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11월 18일 저녁 8시 30분에 개최된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저자는 책에 기술한 대로 “내가 장관 자리에 있는 한 기권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권으로 결정하려면 주무장관을 경질 후 내려야 하는 사항입니다.
둘째, 문재인 전 대표는 저자가 안보실장이 주재한 회의를 마치 문 전 대표가 주재하여 결론을 내린 것처럼 기술했으며, 이것이 중대한 기억의 착오라고 했습니다. 당시 회의에서 백종천 안보실장은 회의 진행을 맡았고 의견조정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문재인 비서실장이 주요 발언권을 행사했습니다. 문 실장은 그해 8월부터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을 맡아 정상회담 준비는 물론 정상회담 후에도 안보 관련 일련의 주요 후속 조치에 대한 회의를 실질적으로 관장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저자가 보낸 후속 서한을 읽은 노 대통령이 다음 날 문 실장에게 외교부 장관과 다시 조정해 보라고 지시했던 것입니다.
셋째, 현재 정쟁의 발단은 2006년(2007년의 오기) 11월 20일 저녁 싱가포르 대통령 숙소에서 남북채널로 확인한 북측 반응을 백종천 안보실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이어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는 상황에 관한 것입니다. 먼저 문 전 대표가 이날 결정에 이르기까지 본인이 취한 조치에 대한 자신의 기억과 기록을 재차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만약 문 대표가 밝힌 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당시 관계자들로 하여금 11월 20일 오후부터 밤까지 서울과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논의 경과와 발언들(문 전 대표 자신의 발언과 자신에 대한 발언 포함)에 대한 기억과 기록을 다시 검토하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그 결과에 기초하여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정쟁의 종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쟁은 조속히 종결짓고,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합니다. 저자가 책에서 일관되게 주장하고 문 전 대표도 10월 23일 글에서 주장했듯이,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10년의 대북정책은 그 방향과 정책구도에서 맞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입니다. 그러나 집행 과정에서 정권의 시한에 쫓겨 서두른 점이 있었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정책의 지속성을 손상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지난 9년간은 대북정책의 구도마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고 저자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이러한 고찰을 개진하고, 현실적이고 일관된 대북정책이 수립되는 데에 기여하고자 했습니다.
저자는 책이 배포된 직후 두 차례에 걸쳐 문재인 전 대표 측 관계자들로부터 책의 이 부분에 대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들에게 저자는, 2007년 논쟁 당시 남북관계의 건전한 지속과 비핵화 및 평화체제 협상 출범의 동력을 위해서는 완화된 내용의 유엔 인권 결의에는 찬성하는 것이 맞았다고 주장한 한편, 기권을 주장한 사람들은 남북관계 진전 분위기 유지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서 양측 모두 국가를 위한 충정에서 나온 것이니 역사에 맡기고 미래로 가야 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각기 충정에서 서로 다른 정책 입장이 나온 경위를 확인하고 현재의 판단과 앞으로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맞는다고 봅니다. 저자의 이런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2016.10.24. 송민순』
연합뉴스